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의 국민수용성 제고방안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의 국민수용성 제고방안
  • 임금주
  • 승인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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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주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보 연구원

 

❶ 국외 에너지 소비 효율 동향

가. 해외 동향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기술지원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IEA(국제에너 지기구)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개선은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 잠재량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신재생 전원과 함께 탄소배출 감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너지효율 시장 확대에 대응하여 수요 부문에서 상당한 수준의 투자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2005년), 영국(2001년), 프랑스(2005년), 이탈리아(2001년) 등에서는 전기 및 가스 판매사업자의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 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를 법제화하여 에너지사업자에 효율 향상 의무와 이행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해외 에너지 소비자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하여 소비 행동을 변화하고 비용을 공동 부담함으로써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인위적으로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소비를 통해 총 체감 효용은 유지하는 한편, 총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한다. 소비자는 고효율 가전기기를 선택하고 가정용 수요 반응 프로그램 등에 참여함으로써 소비효율 향상에 기여하며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용(신재생 확대, 스마트그리드 구축 및 환경비용 등)을 적정 수준의 요금을 통해 공동 부담하는 한편, 개인의 요금지출 부담을 줄이기 휘한 소비행동 변화에 적극적이다. 또한 개인의 에너지 소비데이터를 시장에 공유함으로써 소비효율 최적화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해외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의 수익성 확보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IoT 기술 개발로 스마트미터 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별 에너지 사용량 패턴 분석 및 예측으로 소비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비용, 에너지 소비량 감소에 의한 매출 감소 등의 수익 저하 요인을 전기요금에 적정 수준의 비용으로 전가함으로써 수익을 보존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 의한 잉여이익 발생 시 소비자와 공유함으로써 소비자의 참여를 장려한다.

나. 국내 동향

국내에서는 공급 부문의 저탄소화, 즉 신재생 전원 확충에 대하여는 상당한 논의가 있었지만 수요 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관해서는 선진국 대비 미성숙한 단계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단위는 0.159 수준으로 OECD 35개국 중 33위를 기록하는 등 동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선진국 대비 과다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저효율국으로 분류된다.

2000년~2017년 국내 최종에너지 증가율은 연평균 2.7% 수준이나 전력소비 증가율은 연 4.5%로 주요 선진국의 증가율을 상회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둔화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상승하는 등 에너지 저효율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효율적 전기화 소비 비중은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7%에 해당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회적 비용은 약 2조 8,000억 원이다.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으로 전기사용 기기가 증가하고 전기 전환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16년까지 전기소비량은 약 108% 증가한 반면 동기간 석탄 56%, 석유 14% 등으로 소비량이 하락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하여 1차 에너지가 아닌 전기의 대체소비로 과다한 전환손실이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비효율성 심화가 있다. 국내 화력발전 기준 1TOE 전력 생산에 2.63TOE의 1차 에너지가 투입되는 등 전력의 전환손실은 약 62%에 달한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2018년 1인당 전기사용량은 10.2MWh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으며 주요 원인으로 OECD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이 지목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왜곡된 가격신호는 잠재적 시장실패의 원인이 되고 에너지효율 갭(실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과 에너지 최적 사용량의 격차)을 발생시킨다(Gillingham et al, 2009).

낮은 전기요금으로 수요 부문의 에너지효율 개선은 소비 의 자발전 ‘소비절약’ 프레임에 국한되고 효율적인 소비행동 변화를 유인하는 데 한계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소비주조 혁신 중심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2040년까지 2017년 대비 에너지소비 효율 38% 개선 및 부문별 수요관리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또한 EERS 제도를 2020년까지 법제화하고 수요 부문의 고효율 시스템 구축과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 양성을 촉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효율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과 에너지 기업의 판매량 절감에 대한 비용 등의 회수방안이 부재하는 등 실제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를 나타 내고 있다. 최근 5년 간 국내 공기업이 추진하는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 투자비는 오히려 감소세이다.

민간에서도 1992년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제도를 통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진행 중이나 2016년 이후 시장 규모가 현저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민간사업자 중심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투입자금은 대부분 정부자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낮은 전기요금으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어 정책자금 지원 대비 효과가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수요 부문의 에너지효율 향상이 에너지전환의 핵심과제로 대두되었으나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소비자의 효율 개선 인센티브와 기업의 비용회수 기반이 부족하다. 소비자의 소비행동을 변화시키고 기업의 투자유인을 조성하기 위하여는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대한 민감도는 높으나 요금제도에 대한 관심도는 낮으므로 요금정상 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수용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이다.
 
❷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 핵심쟁점

가. 쟁점

(1) 에너지효율 향상 및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대한 낮은 수용성

일반적으로 전기소비자는 전기요금 절감을 위한 에너지 관리 욕구는 높으나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위한 비용부담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미국 유틸리티 오라클社(2009)에 의하면 전력소비자의 95%는 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위한 데이터를 제공받고 싶다고 응답하였으나 이 중 20%만이 이를 위하여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2010)의 자료에 의하면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의 비용절감 효과가 명확하지 않거나 기대만큼 크지 않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저항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효율개선 사업에 투입되는 인프라 구축 비용, 관리비용 등의 원가가 요금에 전가될 시 소비자의 반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기소비자는 요금제도 개편에 대하여 형평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출하였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2017)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용과 비주택용 요금의 형평성에 대하여 약 77%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리얼미터(2019)의 설문조사 결과 일반 가정용 소비자의 72%가 누진제도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하였으며, 폭염기간이 아닌 일반적인 전기요금 체감수준에 대하여도 약 55%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하는 등 요금 제도와 수준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2015)의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은 정책이 소수가 아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인식할 때 수용성이 크게 향상된다. 따라서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하여는 제도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신뢰구축이 선결과제이다.

 

(2) 전기요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정보 제공 및 소통채널 구축 미흡

2019년 2월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에서 실시한 전기요금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는 실질적인 전기사용량을 확인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큰 불만을 나타내었다. 응답자의 40.3%는 평소 전기사용량과 요금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으며 요금을 확인하는 경우에는 72%가 고지서를 통해 사후 확인한다고 응답하였다. 소비자의 요금제도에 대한 불만과 민감 수준에 비하여 요금 고지서 확인 등의 실제 관심도는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소비자는 사용량과 소비효율 향상 방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비효율적 소비 행동의 문제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현재 전기요금 정보제공 체계에 대해서도 불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 등 요금관련 정보에 대한 인지정확도가 높은 응답자는 한전의 전기요금 정보 제공에 대하여 ‘문제없다’로 응답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인지정확도가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전기요금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소비자 그룹은 정보에 소극적인 그룹에 비하여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수용도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정보탐색 성향이 강할수록 주변과의 정보공유 의지가 높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함으로써 고객 간 양질의 정보 확산을 장려하고 요금인상 수용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공급자의 일방적인 요금 고지가 아닌 구체적인 전기요금 산정내역 및 체계에 대한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정보 정확성을 높이고 전기요금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할 필요가 있겠다.

❸ 소비자 수용성 제고 방안

가. 투명하고 정확한 요금정보 수시 제공…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이해도 제고

가장 광범위한 소통채널로서 전기요금 청구서를 활용하여 요금 산출방식, 에너지효율 개선 비용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현행 요금 체계의 계약종별 원가, 요금 산정규칙 등을 소비자와 공유하여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할 수 있다.

관련 정보를 제공할 때는 모든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제공되어야 한다. 요금 고지서를 활용하여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이 발생할 시 소비자에게 요금 변화의 요인과 사회적 효능에 대한 정보도 수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뿐 아니라 기타 에너지 전환에 소요되는 친환경 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정책 현안과 요금 개편 간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나. 소비자의 에너지 플랫폼 참여 활성화를 통한 전력시장 관여도 강화

소비자는 실시간 전기사용량 및 패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록 요금지출 부담 증가의 원인을 제도 등 외부요인이 아닌 본인의 소비행동에서 고려한다. 스마트미터 보급을 활용하여 에너지소비 관리 플랫폼을 소비자에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소비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시간대별 사용량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시장 관여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다. 소비자의 전기요금 선택권 강화 통한 전기요금 제도 수용성 제고

현행 전기요금은 단일 요금제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으며 개인의 소득, 환경적 이념 등 이질적 선호와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없다. 영국 런던의 전기요금은 소득수준이나 물가 등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나 다양한 소비자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저항감을 완화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전기 도매가격과 달리 일정 가격으로 제공되는 전기요금은 소비자가 생산비용이 비싼 시간대의 전기소비를 절감하게 하는 효율 향상 유인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요금제를 다양화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전력소비 효율을 향상할 수 있다.

(1)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도 (Time of Use, TOU)

발전한계가격(SMP)이 높은 시간대의 전기 소비를 줄이고 한계가격이 낮은 시간대로 소비를 이전하여 요금납부액을 절감토록 유인함으로써 전기소비 효율을 향상할 수 있다.

 

(2) 녹색요금제도 (Green Pricing)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추세에 맞추어 친환경적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요금으로서 소비자는 전기 소비를 통해 환경 보존의 책임을 이행할 수 있다. 리얼미터(2019) 설문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의 63%가 재생에너지 선택구매제에 찬성하는 응답을 하였으며, 이 중 16%는 매우 찬성한다고 응답하는 등 친환경적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추세이다.

 

(3) 고정요금 자동이체 제도 (Fixed direct debit)

해외에서는 가구별 연간 전력소비량 및 총 요금납부액을 예측하여 소비자에게 월 고정요금을 청구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각 유틸리티는 가구별 소비량을 기준으로 월별 요금 수준을 예측 및 공개하고 소비자는 온라인을 통해 유틸리티별 가격을 비교한 뒤 보다 저렴한 공급자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온라인 기반 요금제로 소비자의 요금지출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큰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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