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기반의 해외전력신산업과 인공지능(AI)
기술혁신 기반의 해외전력신산업과 인공지능(AI)
  • 손성용
  • 승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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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용 가천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❶ 서론

전통적 산업의 대표 분야 중 하나였던 전력 부문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확산과 스마트그리드의 보급을 필두로 시작된 변화는 지능화된 전력설비 도입, 새로운 전력체계 도입, 전력 판매 진화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력 시스템의 운영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나가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전력의 경우 에너지 분야에서 사용성과 보편성이 높다. 이때문에 전력신산업과 에너지신산업은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에너지신산업의 주요 모델은 표 1과 같이 수요자원거래시장,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통합서비스, 에너지자립섬(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대여, 전기자동차,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 빌딩 등이 있다.

신산업 등장의 동인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제도혁신, 기술혁신, 규제강화 등이 그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수요자원거래시장, 태양광 대여 등은 기술의 혁신보다는 제도적인 혁신을 통하여 도입되는 신산업이다. ESS 통합 서비스, 에너지자립섬, 전기자동차,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등은 기술의 혁신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 빌딩 등은 규제에 기반 한 모델이 될 것이다.

전력 신산업을 다시 한 번 분류하면 설비나 기기의 혁신을 통한 신산업, 전력시스템 운영 체계와 관련된 신산업, 기존 전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거래 방법과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신산업, 비전통적 신산업,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신산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설비나 기기의 혁신을 통한 신산업은 에너지저장장치, 소형풍력, 장력을 이용한 풍력발전등과 같이 새로운 소재, 기기의 개발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합한 새로운 분야의 개척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전력시스템 운영 체계와 관련된 신산업은 직류배전망,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커뮤니티 등과 같은 시스템의 형태로 나타난다. 제도의 혁신을 통한 신산업은 수요 관리, 소비자간 거래, 가상발전소 등이 있다. 비전통적 신산업은 전기자동차의 폐전지를 이용한 ESS 사업, 폐 태양광 패널 재활용 사업, 폐기 사업 등이 있으며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새로운 산업으로는 빅데이터, AI, 플랫폼, AMI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산업에서 파생되어 에너지 분야로 전파되는 신사업이 있다. 전기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신산업 분야는 너무 방대한 데다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고에서는 기술과 제도적 혁신 관점에서의 전력 신산업동향을 중심으로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인 빅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AI를 활용한 부문의 신산업 혹은 신기술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❷ 본론

가. 유틸리티 부문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Gavin Mooney는 유틸리티 부문에서 인공지능 활용 분야를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분류하였다.

본고에서는 이 분류와 소개된 개요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혹은 서비스의 사례를 선보이고자 한다.

(1) 부하예측

부하예측 중에서도 단기 부하예측은 전력 시스템의 운영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소비자 측면에서도 최적의 에너지 운영에 꼭 필요하다. 부하예측에서 기계학습과 같은 AI 기술의 접목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영국의 National Grid는 구글의 DeepMind를 공급과 수요예측에 이용하기로 했다(2017.3).

이때 영국은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증가로 인한 간헐성으로 에너지 밸런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National Grid는 이러한 간헐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충분한 예비력을 준비해야 했으나 2014년은 2억 2,000만 달러 규모의 예비력 자원이 사용되지 않았다. 유틸리티 관점에서는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으면 많은 예비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2) 출력 최적화

AI를 이용해 각 자원을 실시간으로 제어한 뒤 발전효율을 최적화하는 곳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GE Renewable Energy의 ‘Digital Wind Farm’은 터빈의 가동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해 에너지 생산을 20%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GE Renewable Energy의 Keith Longtin은 모든 풍력발전소는 DNA나 지문과 같이 유니크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지형과 바람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한다면 각 발전소의 Digital Twin을 컴퓨터상에 구현하고 발전단지의 특성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터빈을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풍력 발전기의 용량, 높이 등의 특성을 기반으로 실제 설치 장소에 최적의 발전기 조합을 설계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운전을 하며 자산관리를 하는 전주기의 관리를 통하여 연간 20%까지 에너지 생산을 향상시키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3) 예방정비

예방정비(Predictive Maintenance)는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부문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패널의 열화나 고장은 전체 시스템의 출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풍력발전의 경우 수리비용이 높고 하나의 부품이 고장 도 동작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태양광 발전은 드론 등의 장비를 이용해 자동 고장 검색 및 예측 등에 활용하고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Key Performance Indicator(KPI) 등의 분석을 통하여 관리를 지원한다. 발전기 관리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분야별 전문가(Subject-matter experts)의 지식을 모델화하는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정적인 상태 혹은 단일 이벤트 기반의 분석이 가능하다면 AI를 사용하여 강화학습을 하는 경우, 다양한 상황과 일시적인 문제까지 다룰 수 있게 성능이 확장될 수 있다.

(4) 수요관리

기계학습 등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경우 사용자의 에너지를 더욱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미 상당 부분 적용되고 있다. 영국의 Upside Energy는 수용자의 저장장치 관리에 있어서 기계학습 기술을 접목하고 있으며 Open Energy는 실시간으로 가용자원을 이전하도록 제어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피크 때 부하를 이전할 수 있는 수요자원(Peakload shift)은 6GW에 달하며 이는 수요 피크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또한 동적 유연성(Dynamic flexibility) 자원은 750MW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는 이러한
수요자원을 끌어내고 미래의 전기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림 2는 이러한 에너지 소비 제어를 위해 AI를 사용하여 모델을 학습하면서 학습 결과가 수렴해 가는 것을 보여준다.

(5) 도전방지

세계적으로 전력사는 960억 달러 규모의 비기술적 손실(도전, 사기, 과금 오류 등)을 겪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40%에 달하는 도전이 존재하며 영국도 연간 4억 4,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도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에도 큰 도전 문제가 존재하는데 Luxembourg 대학의 Patrick Glauner는 360만 브라질 가구에 대해 검침원을 동원하여 수행한 5년간의 조사를 통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특이 가구를 도출하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하였다. 전기도전은 선진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전력사의 매출과 직결되므로 여전히 주요 관심사이다.

EPRI는 미국에서도 약 1%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Edison 전력사의 경우에도 미국 전체에서 연간 10~20억 달러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였고, 최대 4%에 이르는 도전을 추정하기도 한다. AMI는 도전방지에 있어서 유용한 수단의 하나로 수용가 분류 정보, 지리와 날씨 정보, 고객의 이력 정보, 전력 외 다른 에너지 사용정보 등을 기반으로 도전을 추출하기 위하여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때에도 다양한 빅데이터와 AI 도구들이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6) 고객 이해도 제고

국내에서는 아직 해당 사항이 부족한 부분이지만 전력 시장이 개방된 환경에서는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큰 관심사다. 이를 위해 전력 회사들은 AI를 활용해 전기요금을 설계하기도 한다. 특히 AI는 전력 회사에 많은 수익을 주는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맞춤형 요금제와 서비스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 에너지 거래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소비자인 에너지 프로슈머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P2P(peer-to-peer) 거래가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P2P 에너지 거래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거래의 단위가 작고 참여자가 많게 되므로 전통적인 최적화 방식이 동작하기 어렵고 사람이 참여해 반응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AI는 이러한 거래를 보다 빠르게 연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 가상 상담원

통신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미 확대되고 있는 서비스로 AI를 기반으로 고객의 문의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객센터를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력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고 자동으로 체납에 대한 안내 등이 가능하며 보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하여 자연어인식 기술을 탑재한 챗봇 등이 사용되고 있다.

(9) 공급자 선택

고객 이해도 제고와 유사하나 소비자 관점에서 비용 최소화를 위하여 에너지 사용패턴을 분석하고 시장에 있는 다양한 제품을 검색하여 최적의 에너지 판매사업자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전력공급에 문제없이 자동으로 판매사업자를 변경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에너지 컨설팅 사업의 일환으로 분류될 수 있다.

(10) 에너지 소비 이해도 제고

미터링 데이터는 에너지 소비패턴의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가전기기들의 동작을 이해하는 경우 각각의 기기들이 전기요금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경제적인 분석을 위하여 활용되는 Energy Disaggregation은 미터와 같은 하나의 센서로부터 수용가 내의 에너지 사용정보를 분석하는 것이다. 사용자 관점에서는 에너지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으며 운영자 관점에서는 이상 사용징후나 고장 등의 발견에 활용할 수 있다.

❸ 결론

본고에서는 AI를 주요 기술로 활용하는 몇 가지 에너지신산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전력산업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과 설비의 등장 그리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유입 및 결합 등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추세와 더불어 더욱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대표적인 전통산업의 하나인 전력산업도 그동안은 안정성과 효율성이라는 가치 하에서 보수적인 기술의 도입과 점진적 변화에 기반을 두고 유지되어 왔으나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 가야만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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