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이색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
도심 속 이색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
  • 최빈 기자
  • 승인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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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비롯한 다양한 고궁들, 남산을 위시한 아름다운 자연경관, 서민들의 음식을 맛볼수 있는 전통 재래시장 등 서울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존재한다. 특히 서울 월드컵 경기장 부근에는 ‘문화비축기지’라는 곳이 있다.

이름조차 낯선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 석유 파동이후 서울 시민들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ℓ의 석유를 보관하던 석유비축기지를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됐는데 10년 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2013년 시민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공원으로 변경됐다.

복합문화공간
복합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에 처음 들어섰을 때 웅장하고 낯선 감정이 느껴졌으며 그런 감정은 관람 내내 이어졌다. 석유 탱크를 본 적도 없었으니 이를 활용한 공원도 낯설었다. 드넓은 공원에 띄엄띄엄 녹슬고 낡아 보이는 석유 탱크의 모습은 계속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처음 방문한 곳은 공연장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 곳은 경유를 보관하던 탱크를 공연장으로 변형한 곳이다. 일단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보인 콘크리트 구조물은 얼핏 보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도 같았다. 이런 모습을 뒤로하고 공연장을 들어서니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생각보다 야외 공연장의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산이 공연장 주위를 감싸고 바둑돌 마냥 하나씩 놓여있는 돌의자가 분위기 있게 보였다.

공연장을 보고나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불리는 탱크 내부로 향했다. 이곳은 등유를 보관하던 탱크를 변형해 만든 곳이다. 외부의 빛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라 듬성듬성 있는 전등만 아니었다면 정전이 된 것처럼 매우 어두운 곳이었다. 또 커다란 원통 안에 있다 보니 아무리 소리를 쳐봐도 밖으로 새어나가진 않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사람도 별로 없어 약간 오싹한 기분마져 느껴졌다. 고작 문 하나 사이로 이렇게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신기했다.

석유비축기지 시절 사용했던 헬맷과 작업복
석유비축기지 시절 사용했던 헬맷과 작업복

마지막으로 간 곳은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관이다. 사실 이곳을 제일 먼저 방문해야 했지만 역순으로 관람을 했던 것이다. 석유비축기지 시절 사용했던 헬멧과 작업복 등을 전시해 놓았는데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1970년대 노동자들의 삶을 보는 것만 같았다.

문화비축기지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현재의 시점에 맞게 재해석한 훌륭한 문화공간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미 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뒤에 매봉산과 이어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옆에 월드컵 공원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곳이 점점 많아져 도심 속에서 가볍게 산책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풍성해졌으면 한다.

최빈 기자 cb816@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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