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도움될 수 있는 실용 중심의 연구에 집중할 것”
“현장에 도움될 수 있는 실용 중심의 연구에 집중할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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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균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

전력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커다란 흐름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활용해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1961년 한국전력 전기시험소로 출범한 이후 세계 최고의 전기 품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하 전력연구원)에 제32대 원장이 취임했다. 경직된 연구문화 개선과 끊임없는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새롭게 연구조직을 이끌어 나갈 김태균 원장을 만나봤다.

32대 원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경영방침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9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전력연구원 전력계통 그룹장, R&D정책팀장, 차세대송변전연구소장, 연구전략실장을 거치면서 연구부터 정책개발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1997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서 전력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형발전기의 발전 정지 발생방지를 위한 ‘발전기 제어계통 안정화장치 연구’를 시작으로 2004년 고정밀 전력계통 설비 모델 개발, 2003년 고장확률을 고려한 합리적인 송전망 상정고장 검토 기준 개발, 2010년 광역정전 제로화를 위한 동기위상기 감시 및 제어기술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2011년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한국대표, 대한전기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국내 전력산업계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산업부장관상, 2014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에는 학계에 보탬이 되고자 연구경험과 현장에서 겪은 노하우를 담아 전력계통 해석특론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력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을 수행하면서 연구개발 절차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연구기반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전력연구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미래 에너지산업에 대비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고, 한국전력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에너지전환 시대에 전력연구원의 역할과 그동안 연구 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력연구원은 디지털 변전소 상호운용성 검증 기술, 드론을 활용한 송전탑 점검 기술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력설비 감시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미래 전력망 시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 송변전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 디지털변전소가 있습니다. 변전소의 디지털화를 통해 인력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의 변전소 관리와 개별설비 진단, 건전도 평가 등을 온라인으로 수행해 변전소 관리 업무를 통신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력연구원은 디지털변전소를 설계하고 시스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디지털변전소 성능검증 툴’을 개발했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 캐나다 전력회사인 하이드로퀘벡에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한편, 드론과 로봇은 사고의 경계를 확장했습니다. 지금까지 송전선로 감시는 주로 도보 순시, 고배율 망원경 점검 등으로 작업자가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악지역, 오지, 해상철탑 등 기존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드론 감시시스템을 적용해 감시 및 진단이 보다 용이해지고 정밀하게 진화하여 다양한 데이터와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가공 송전선로는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되어 노후화된 선로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점검하는 인력도 고령화되고 있어 선제적 대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전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송전선로 감시 드론 기술은 자동항법 장치를 갖추고 연료전지를 활용해 장시간 운항이 가능하며 고성능 감시카메라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및 열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감시장치를 장착하고 산간지역, 해월구간 등의 송전선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진일보한 정보통신 기술들과 전력산업의 융합은 최종적으로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를 구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사물-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궁극적으로 전력산업에는 초지능형 전력망이 도입될 것입니다.
 
국가 발전전략의 큰 축인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성공을 위한 전력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부터 2020년도 그린 뉴딜 정책까지 신재생에너지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디지털기술과의 결합도 고려한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전력연구원은 예전부터 재생에너지 3020 로드맵 이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에너지원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품질 저하도 고려해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까지 연결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풍력 분야에서 육상에 설치가 어려운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설치하는 기술에 집중해 우수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석션버켓 해상풍력시스템’은 2017년 미국토목학회로부터 우수 프로젝트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해상풍력발전기 기초구조물에 펌프를 활용해 구조물 내외부 수압 차이만을 이용해 하부기초를 설치하는 기술로 설치시간을 8시간 가량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입니다. 석션버켓 해상풍력시스템을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지지구조에 적용하면 기존 기술 대비 1,500억 원의 건설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올해는 육상에서 해상풍력을 일괄조립 후 배에 실어가서 한 번에 설치할 수 있는 해상풍력 일괄설치선박의 설계 인증도 받았습니다. 해상풍력 설치기술은 해를 거듭할수록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린 뉴딜 정책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그린 뉴딜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수적인 전력망 안정도 유지를 위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출력 특성을 가지고 있어 용량이 늘어날수록 전력계통에 끼치는 영향도 증가하게 됩니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전력계통 운영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대용량 모듈, 저렴한 망간을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위한 망간전지 기반의 이차전지 개발 등 다양한 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전력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망 기술개발을 통해 그린 뉴딜 정책의 성공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력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력연구원이 가져가야 할 방향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경제, 사회, 문화,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사회 다방면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기술이 주도해 왔던 디지털 변환과 달리 오히려 사회 저변에서 더욱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변화되는 양상입니다. 재택근무, 이동 제한, 국제 간 인력교류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기업의 리스크 확대, 원격근무 등 노동 변화, 고용 및 인사 정책 등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라는 이슈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연구에서는 가치 창조의 핵심에 집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합니다. 현장에 적용돼 가치를 발생시키는 실용적인 과제에 집중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력연구원은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에 적용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용에 중심을 둔 연구에 집중할 것입니다. 불필요하거나 가치가 낮은 것을 쳐내고 핵심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사회와 사람들이 행복과 편의를 얻을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전원이 다양해지면서 전력계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과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원이 다양해지고 전력계통이 복잡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디지털변환과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기술융합혁명인 ‘4차 산업혁명’이 선언된 이후 디지털기술을 통한 사람-사물-공간의 초연결과 초지능화가 이루어짐으로써 기존의 여러 기술 및 산업 사이의 명확했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안정적인 성향만을 추구하던 전력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공지능은 기존에 설비가 갖고 있던 가치에 대한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설비를 대상으로 명령을 내려 동작시키고 직접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통한 자가 진단 수행결과와 누적된 진단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장 예방 및 잔여 수명 피드백도 가능해졌습니다. 전력계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센서 등은 빠르게 전력설비의 고장을 수리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취임 후 특별히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혁신적인 성과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이 같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연구성과의 달성을 위해서는 각자가 알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동시에 협업을 통한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연구원장으로서 경직된 연구문화를 개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개발해 나가는 연구조직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와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발전과 같이해온 에너지 소비의 증가는 기후변화라는 전혀 새로운 위험을 만들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위협과 변하는 환경을 극복해 나가며 더욱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도전과 전진을 할 것이며 산 · 학 · 연 관계자 분들과 함께해온 연구자임과 동시에 전력연구원장으로서 연구원이 항상 앞에서 전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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