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혁신성장의 디딤돌로
위기를 혁신성장의 디딤돌로
  • 홍성규 전선조합 이사장
  • 승인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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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입장에서 요즘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역대급 이라는 말에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선업계 입장에서 바라보는 변화의 파도는 크게 세 분류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법률과 제도의 변화일 것이다. 짧은 시간 높아진 최저임금, 주당 52시간 제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제정 등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반기업적 규제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는 전기수요의 변화이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물이 전기 없이 돌아가는 것이 없을 정도이며, 자동차를 포함하는 각종 이동용 기기들도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셋째는 산업 환경의 변화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많은 것이 급변하고 있다. 산업현장은 스마트 팩토리의 확산과 빅데이터의 정보 활용을 극대화한 인공지능산업이 급속하고 폭넓은 확대로 무인화 · 자동화 · 자율화로 진보할 것이다.

이런 변화의 파도는 전선업계의 경영활동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변화에 더딘 장치산업인 전선업계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위기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딘가에 하소연한다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크게 세 가지 방향의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사업재편이다. 뺄 것과 더할 것, 줄일 것과 확대할 것, 그리고 새로이 취할 것을 정해 혁신적이며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의 수요도 변하고 있다. 과거 송 · 배전 전력망이 주력 시장이었다면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시장과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특히, DC케이블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친환경, 고기능제품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사업에 있어 중장기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미래시장에 대비한 사업재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각종 법률과 사회적 제도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역량을 포함하는 경영방식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만 필요한 사항으로 간주됐지만 이제는 중소기업도 경영에 있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 됐다. 이전에는 기업경영이 대표의 경영역량으로도 가능했지만 세무, 노무, 환경, 안전 등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대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대표의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리스크 관리 역량은 비용적인 요소만으로 볼 수 없어 기업생존과 발전의 한 축으로 보고 역량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생산방식의 혁신적 전환이다. 법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고 인건비의 급증에 따른 제조비용 증가는 제조현장에 있어서 생산방식의 혁신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현재 전선업계 제조현장은 숙련기능인을 필요로 하고 계획생산보다는 주문생산이 주류이며, 공정변화가 많은 생산구조로 자동화에 제약이 많다. 특히, 장치산업인 관계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24시간 가동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연속생산이 필요한 업계 특성상 올해부터 300인 이하에 적용되는 52시간 근무제는 숙련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생산량 감소 외에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인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2교대 주4일과 주5일 생산을 번갈아 할 수 밖에 없다. 고질적으로 부족한 숙련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와 부분적인 자동화 및 연장근로로 대체했고, 숙련 인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해결이 안 되는 숙제로 남아 있다.

급격하고 빠른 도입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대비책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새로운 생산관리 시스템도입, 그리고 생존적 차원에서 공동 인력수급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화, 온라인과 인라인시스템을 도입한 반무인화의 생산방식이 전선 생산 특수성으로 어렵다고 기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필수 선택인 것이다.

변화의 파도는 갑자기 온 것이 아니지만 전선업계는 제품의 설계수명이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며, 내구재이다 보니 어느 업계보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보수적인 업계에도 2세 기업인을 중심으로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업계 원로들에서부터 젊은 2세 경영인까지 전선 산업의 전망과 비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어느 때보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공동의 대비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선업계 사장들은 평균 수 십년의 업력을 갖고 있어 국내 산업발전의 위대한 역사를 함께하면서 위기의 순간도 성장의 기쁨도 함께했다. 그만큼 기업경영에 있어 내공이 깊다. 더욱이 점차 많아지는 2세 경영인도 대부분 혹독한 경영수업을 통해 변화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 위기의 반은 극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60여년의 역사를 갖는 전선조합과 조합원사의 저력은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사장으로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이 함께 있는 조합의 장점을 잘 살려 실질적인 소통의 장, 공감의 장, 변화의 장을 마련해 대 · 중 · 소기업이 상생하는 멋진 모델을 만들어 성장의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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