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 … 기후변화 · 수요예측 실패 원인
잇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 … 기후변화 · 수요예측 실패 원인
  • 이훈 기자
  • 승인 2021.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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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 텍사스, 폭염 · 혹한으로 대규모 정전 발생
일각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피해” 주장 … 전력수요 예측 실패 주된 원인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북극 한파 여파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54℃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 순환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9월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를 경험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에서는 30년 만의 혹한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470만 가구와 사무실에서 전기와 난방이 끊기고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혹한으로 주요 전력 공급원인 천연가스는 가스관과 풍력발전소기 터빈이 일부 얼어붙었다. 또한 원전 2곳에 있는 원자로 4기 중 1기도 배관 동결로 48시간 이상 가동이 멈췄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전 사태의 원인을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텍사스는 2010년 기준 전력원 전체의 40%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이 지난해 18%로 줄어들었으며 풍력발전은 23%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가스발전 정지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대규모 정전 기간에 가스발전은 전력망에 다섯 차례 공급을 중단했으며 가스발전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가스수송 관로가 얼어버렸다.

앞서 2011년 2월 텍사스에서는 혹한으로 발전소 200곳이 가동이 멈춰 8시간 동안 100만 여 가구에 전기가 공급되지 못했다. 2014년 1월에는 혹한 탓에 4시간 동안 ‘블랙아웃’을 경험했다.

이에 텍사스는 전력시장 민영화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비싼 요금을 받기 위해 전력 공급사들의 투자를 유도했지만 이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에 비싸진 가스 가격에 이윤을 내지 못하자 가스발전사들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또한 연방정부의 송전계통과 분리된 완전히 고립된 전력망도 더 큰 피해를 더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4~1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당시 섭씨 40도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전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캘리포니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으며 그 중 절반은 태양광 발전이다. 실제로 정전이 시작된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전후인 일몰로 태양광 발전 출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최악의 폭염과 전력당국 및 송배전기업인 PG&E의 전력시스템 부실관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당국은 70년 만에 경험한 최악의 폭염과 함께 코로나 사태로 전력소비 급증사태를 예측하는 데 실패하고 전력수급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2011년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는 수요예측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바 있다. 전력거래소는 최대전력수요를 6,400만kW(전국 28도 기준)로 예측했지만 실제 전국 기온은 33도까지 오르면서 326만kW 더 많은 6,726만kW의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했다. 또 전력공급 능력을 7,071만kW로 판단했지만 2시간 이내에 가동이 불가능한 발전기 202만kW와 발전기 출력오차 117만kW를 감안하지 않아 모두 319만kW의 공급능력 오차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캘리포이나, 텍사스 등의 사례를 교훈삼아 국내 전력산업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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