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봄날의 단상(斷想)
[CEO칼럼] 봄날의 단상(斷想)
  • 배경식
  • 승인 2021.0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의 고향에서 봄마다 시골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줬던 살구는 꽃만이 아니라 열매, 더 나아가 나무까지도 귀하게 쓰인다. 한방에서는 살구씨를 행인(杏仁)이라 하고 진정한 의술을 펴는 의원을 행림(杏林)이라고 부른다.

중국 오(吳)나라에 죽은 송장도 살린다는 동봉(董奉)이라는 명의는 환자의 병이 치유돼도 약값을 받지 않고 중증인 자는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경증인 자는 한 그루를 심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심은 살구나무는 수년이 지난 후에는 십 수만 그루로 늘어나 울창한 숲이 되어 살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고 한다. 그리고 살구를 같은 양의 곡식과 자유로이 교환해 그 곡식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필자도 이런 ‘동선행림(董仙杏林)’을 생각하며 월례회의에서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고 어려운 사람이 있는지 늘 살피도록 당부한다. 실례로 지역 특성화고 및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동 학교 졸업생 추천 및 취업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명절 및 회사 창립 기념일 때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고 판매개척에 기여하는 등 지역과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협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종업원지주제(ESOP)’제도를 도입해 회사 주식을 직원들이 소유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애착과 주인의식 함양을 통해 일을 잘 수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신사옥 건축 시 기숙사를 포함해 근로자 복지와 업무효율을 높여 왔다.

동선행림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키며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좌우명이 있다. 바로 우보만리(牛步萬里)이다. 우보만리란 천천히 우직하게 앞만 바라보면서 가다보면 만리를 갈수 있다는 신념이다. 만리라하면 우리나라가 삼천리 반도 강산인데 그 3배가 넘는 것이 아닌가? 특히 2021년은 신축(辛丑)년 소띠 해이기에 봄을 맞이하는 남다른 소회(紹恢)를 느끼게 한다.

최근 지능형 중전기기 전문 제조업체를 목표로 전력기기도 자가 진단하는 기능을 내장해 스스로 진단하고 수명을 예측, 소통하는 지능형 중전기기 기술력 확보에 매출의 10%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방침은 시장 위축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 중전기 업계에서도 대표적인 모범사례에 속한다. 발주물량 감소 등 업체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술에 대한 투자만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으로 우리 회사가 단시간 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한 비결이다.

특히 정부와 한국전력 그리고 관련 협회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연구개발 정책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해 친환경 중전기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며 전시회를 통해서 수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났다. 실제로 2011년 중국 광대(光大)그룹에 가스지중개폐기 수출을 효시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전력산업체에 맞게 특화한 제품군 수출 물량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수출 정책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정부 및 관련 협회에서 각 국가에 맞는 특화된 제품군을 그룹핑해 수출하는 방안과 글로벌 강소기업 지원기준의 조건(현재 매출액 100~1,000억 원이면서 직·간접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인 중소기업)이 완화된다면 보다 많은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해외영업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측됨으로 비대면 화상회의를 전담으로 할 수 있는 중소기업 화상회의실(가상)을 기관 내의 특정장소에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영세 중소기업에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더 바라기는 이전과 같은 정상화 환경으로 속히 회복되어 모든 기업이 한층 더 진일보할 수 있기를 이 봄날에 소망한다.

배경식 (주)동양이이씨 대표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