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말자! 결국 우리는 진화할 것이다
화내지 말자! 결국 우리는 진화할 것이다
  • 김창섭
  • 승인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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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조만간 계통의 실패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이미 법적인 계통신뢰도 규정은 위반된 지 오래됐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이것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안이다. 10여년 전 제주도청은 직접 방문한 전문가와 한국전력 임원의 조언을 가볍게 무시하고 신재생의 무제한 확대에 매진했다. 박근혜정부 초기에도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분산화의 원칙을 명문화했으나 이 또한 산업부는 집행과정에서 무시했다.

그리고 한때 전력망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국내 계통전문가들이 함께 작성한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공식적인 기획 역시 전력대란에 따른 보상금 증대로 연구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외에도 최근 전력망 위기에 대한 대응노력은 지난 시기 지속적으로 시도됐으나 매번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이런 일들이 이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

최근 여러 가지 논쟁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요금논쟁, 구조논쟁, NDC논쟁, 원간 논쟁 등 다양한 이슈들이 최근 한전의 대규모 적자와 함께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비분강개 주장과 절망감의 한숨소리가 하루하루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정전 뿐만 아니라 가스수급의 실패, 석탄발전 등의 대규모 자산의 좌초, 수소나 해상풍력 투자의 실패 등 전반적인 퍼팩트 스톰이 이미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새로운 위기가 아니다.

지난 시절에 이미 그 원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혼선을 단지 선출직들의 횡포로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까? 아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현재의 문제들은 그 뿌리가 아주 깊다. 그리고 상당한 수준으로 우리 내적인 원인으로 비롯된 것이다. 이제라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거 분산화와 분권화를 체계적으로 시도했다면 현재의 어설픈 위기는 상당부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스템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다윈의 적자생존의 원리는 이러한 측면에서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게 한다. 화내지 말고 현재의 사태들을 과거의 시스템이 실패하고 있고 결국 새로운 시스템이 탄생하고 있는 필연적 과정으로 이해해 보자. 그러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기술과 시장이 가는 방향으로 새롭게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 중의 사건사고는 예정된 것이다. 대규모 정전도 한전의 뉴욕 증시퇴출도 너무 겁내지는 말자. 결국 다 잘 될 것이다.

김창섭 전기저널 편수위원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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