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지역별 요금제 도입방안에 대한 소고
현실적인 지역별 요금제 도입방안에 대한 소고
  • 김대욱
  • 승인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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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과 배전비용 등을 고려해서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 전기요금제 시행의 근거조항을 담고 있으며, 이법 통과로 산업부는 발전소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에 지역별 차등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동일한 요금제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는 이제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 중심의 기존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밝히며, 전력수급격차에 따른 대규모 송전망 건설 회피를 위해 전력공급과 수요를 지역단위로 일치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취지의 지역별 요금제는 아직 법시행이 1년이 남았고 관련 제도 마련과 지자체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기간까지 고려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현재 종별로 차이는 존재하지만 지역적인 차이가 없는 동일한 요금체계가 적용되어왔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지역별 차등이 없는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전력시장의 가격이 지역별 차등이 없는 사실상 단일요금제(uniform pricing)를 적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판매부문이 단일회사 체제로 되어 있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다수의 판매회사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장가격에도 송전제약 등을 감안하는 지역별 요금제(locational pricing)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지역별 요금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판매부문의 경쟁도입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단일판매회사 구조에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통과된 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비용과 배전비용을 고려해 지역별로 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한 이 특별법은 경제학적으로 지역간의 수급불균형이 갈수록 커지는상황에서 원가에 충실한 지역별 요금제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한 해 동안 사용한 전력 사용량은 총 54만 7,933GWh이며 이중 수도권에서는 약 39%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생산량은 총발전량의 24.3%이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므로 이와 같은 수급불균형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지역별 요금제와 같은 원가에 충실한 가격신호(price signal)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해결방안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 요금제는 올바르게시행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송전비용의 절감효과를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전력사용이 많은 수도권의 전력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의 편익을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이를 반영해 요금제를 설계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편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의 건설비용, 변전소 건설비 및 송전손실비용 등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중에서 송전선로 건설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역간의 요금차이 또한 송전선로 건설비용의 증가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비록 지역별 요금제를 합리적으로 산출하더라도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이 클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택용 요금이나 농사용 요금에 대해서 수도권에 위치한 소비자와 비수도권에 위치한 소비자가 차등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역별 요금제의 도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택용이나 농사용 전력수요는 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역적인 차등제의 도입을 우선적으로 산업용 요금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산업용 전력은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기 때문에 그실효성 또한 매우 클 것이다. 나아가서 산업용 요금에서 지역별 차등제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해당 지역에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그 파급효과도 클 것이며, 이는 결국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욱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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