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방식도, 읽는 방법도 다르다. 필자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노트를 옆에 두는 습관이 있다. 읽으면서 마음에 담아두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적기 위함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눈으로만 쉽게 읽어 버린다면 책을 덮는 순간 잊어버린다. 시간의 흐름 위에서 서서히 말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좋은 책은 빨리 읽지 않는다. 한 페이지를 다 읽으면 책을 덮고 잠시 눈을 감는다.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읽은 내용을 머리에 담고, 마음에 옮겨 놓은 다음, 가슴속 정리된 문장을 노트에 적는다. 그래서 필자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바로 생각을 많이 가져다주는 책, 손을 자주 움직이게 하는 책이다. 이런 과정을 수없이 거치면서 책을 읽는다.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책이 있다. 주말마다 도서관을 가면 새로운 작가들, 기성 작가들의 책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온종일 책만 읽을 수 없는 노릇이라 어떤 책이 좋은지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요즘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라고 말이다. 강연을 마치고 내려 오는 길, 어느 선생님께서 적극 추천했고 다음 날, 주문 한 책을 받을 수 있었다.
‘퓨처 셀프’는 출간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을 소개하자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에 대한 재해석과 앞으로 내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그래서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진정 자기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보석과 같은 책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 역시 눈으로만 읽어 내려간다면, 다른 책들과 크게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책을 권하며,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급적 빨리 읽지 말고, 한 챕터를 읽고 난 후, 반드시 자신의 오늘을 돌아보며 펜을 들어 글로 적어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실천 행복론을 강조하는 강연가, 작가이기에 변화를 꿈꾼다면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실행해 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조직심리학자인 벤저민 하디는 ‘미래의 나에 대한 심리학’이라는, 단순하지만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를 책에서 부드럽게 설명했다. ‘미래의 나’ 라는 개념을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유명인들의 예화를 통해 증명했다. 또한 이론뿐 아니라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주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산물, 결정체가 아니다. 과거 심리학이나 일반적으로 생각해왔었던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작가는 다른 해석을 내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미래를 그려보고, 오늘을 그 흐름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살아가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도입에 큰 업적을 이룬 유태영 박사의 역산적 스케줄링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대학 총장이 꿈이었던 유 박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역산적으로 이뤄나가야 할 과제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총장이 되기 위해 교수가 됐고, 교수가 되기 위해 유학을 다녀왔다. 이러한 과제들을 하나 씩 이뤄가며 결국 그리던 미래의 자신을 만나며 꿈을 이뤄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살펴보면 그 과정에 대해 더 친절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기존 일반 심리학에서 언급하던 이론적 구성을 뛰어넘어, 작가 벤자민 하디는 구체적, 미시적 단계별 스텝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아래 7가지 단계만 보더라도 충분히 도움 될 수 있을 듯해 적어본다.
1단계 : 현실에 맞는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라
2단계 : 덜 중요한 목표들을 제거하라
3단계 : 필요에서 열망으로, 열망에서 앎으로 나아가라
4단계 :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라
5단계 : 미래의 나를 자동화하고 시스템화하라
6단계 : 미래의 나의 일정을 관리하라
7단계 : 완벽하지 않더라도 공격적으로 완수하라
이 일곱 가지 단계 중에서 필자가 가장 의미 깊게 보았던 부분은 바로 1단계와 2단계이다.
목표가 반드시 수립되어 있어야 미래의 나를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목표 설정을 했다면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생략해도 좋을, 덜 중요한 일을 하지 말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미니멀리즘, 단순함 속에서 우리는 더욱더 전념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정말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살아가는가, 아니면 하루하루 급급하게 살아가기 바쁜가? 무엇을 하더라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하지만 혹 그것이 소위 말하는 삽질을 하는 시간이진 않는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진정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글 쓰는 작가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미래의 꿈을 위해 시간을 내어 글을 써야 하고, 자투리 시간이라도 만들어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의미 없는 만남보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작가 모임이나 독서 모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지금 보상받을 수 있는 일에 전념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는 원하는 미래의 나를 만날 수는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쁜 삶이지만, 선명히 목표를 설정해 놓는다면,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뚜렷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목표가 있기에 지금 눈앞에 걸리는 작은 일들과 시련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라 이 책에서는 강조한다. 많이 읽어보았던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이 잠재의식, 양자역학과 같은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진정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좋은 책 한 권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슈타인의 말,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혹 오늘이 불만족스럽다면 이제는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keaj@k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