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시대의 전원과 송전망의 과제
에너지전환시대의 전원과 송전망의 과제
  • 전영환
  • 승인 2023.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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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겨울 피크 시 데이터를 보면 국내 전력시스템은 수도권에 44%의 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반면 발전기는 34% 정도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고 발전소 대부분은 대형 발전단지 위주의 전원 분포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 수요의 모자란 부분은 호남, 강원, 충청 지방의 발전기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우리나라 송전망은 345KV 기간망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강원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직접 연계되는 신태백-신가평 765KV, 충청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직접 연계되는 당진-신서산-신안성 구간의 765KV 등 초고압 송전선로 이외에, 고리 발전소 자체의 안정성 유지 목적이 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가 건설됐다. 현재는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만으로도 송전망은 거의 포화상태이다. 최근에 이슈가 됐던 데이터센터도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필요한 양을 조달할 수 없어 전원 인근의 지방으로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탄소중립 계획에서 송전망 계획은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수요 측면에서 먼저 살펴보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뿐 아니라, 난방 등 열 수요도 화석연료에서 무탄소 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유럽 등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는 히트펌프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솔린이 주 연료인 자동차도 전기자동차로 대체돼야 한다.

현재의 인구 분포가 그대로라면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증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피크 시 34% 정도를 공급하는 수도권의 화석 연료 발전설비(주로 가스·열병합)는 거의가 무탄소 전원 즉, 재생에너지와 수소전소발전기(기술에 따라서 CCS적용 발전기)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은 입지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로 현재의 발전기를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송전망을 확충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즉, 향후 수도권 송전망은 전기화에 따라 증가하는 양에 더해 수도권 화력을 대체해 지방에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 전력만큼을 실어나를 능력을 확충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단위면적 당 송전선 길이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더 많은 송전망을 수도권으로 집중해 건설하는 것은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이와 같이 송전망의 분포는 수요와 발전설비의 위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와 전원의 분포에 대한 적절한 계획은 송전망의 계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 한전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는 여러가지 기술적 논란은 차치하고도, 접속점에서 직류(DC)용량 대비 교류(AC) 단락용량의 비율이 일정 이상 확보돼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제약이 있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AC 단락용량이 계속 작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 가능성 측면에서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특히, 수도권의 아주 좁은 지역에 대용량의 인천지역 해상풍력(AC-DC-AC)과, 서남해안의 해상풍력(HVDC), 동해안 대용량 HVDC가 수도권에서 연계되는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학계에서는 인버터 PLL 제어기 사이에 간섭 현상에 의한 불안정 현상이 보고되고 있고, 그리드포밍 인버터(grid forming inverter)도 제어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 서남해안의 대단위 풍력은, 인근 충청도 지역의 석탄발전기가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기존에 건설된 석탄발 전기 전력 수송용 송전망을 이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동해안 울산 지역에 대단위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와 고리 원전단지는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2025년 새울 3·4호기가 들어오는 시점에서 송전망 부족이 보고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에 울산 인근 해상에 10GW 이상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계획됐고, 이들 발전기의 접속점이 신온산, 동울산 변전소로 고리발전소 바로 인근이라는 점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 지역의 대용량 원전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출력을 전송할 수 있는 초고압 설비가 추가로 건설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한 지역에 20GW 이상의 대단위 전력이 집중된다면,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송전할지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즉, 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원을 분산한다고 하더라도, 분산된 전력을 수요처에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송전선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수요의 분산 없는 전원의 분산은 새로운 송전망의 건설을 전제로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전원이 분산되는 에너지전환시대에는 수요도 같이 분산돼야 한다. 수도권으로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하고, 지역 거점 수요지역을 서로 연계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수요의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를 통해 가격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송전선 데이터를 활용한 모선별 요금제를 적용하기에는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조금씩 소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고 이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5년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50년을 보고 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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