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EU 전기·가스 소비감소 원인과 시사점
2022년 EU 전기·가스 소비감소 원인과 시사점
  • 허강준
  • 승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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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황

2022년 EU의 에너지소비는 날씨, 에너지 가격상승, 정부 규제 등의 요인에 의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기 소비는 3%, 가스 소비는 13% 감소했는데, 이러한 전기 소비감소는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2009년과 2020년의 감소량에 맞먹는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해외 전문 연구기관에서는 급격한 요금 인상이 소비자들의 에너지소비 절감을 유도, 소비감소를 이끈 주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EU의 통계 당국인 Eurostat에 따르면 세금과 추가부 담금(levy)을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은 주택용 18%, 비주택용 41% 상승했고, 가스요금은 주택용 41%, 비주택용 96% 상승했다.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붉어진 에너지 수급·가격 불안정에 대비하고자 EU는 강도 높은 규제와 범국민 캠페인을 시행했는데, 그 효과도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가스 소비는 1% 감소했지만 전기 소비는 3% 늘어났다. EU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우리나라도 국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라 2022년 세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을 단 행해 전년 대비 11.5% 상승했지만 전기 소비변화에 미친 영향은 커 보이지 않으며, 에너지절약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등도 전기 소비를 억제하는 데 있어 그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2. 2022년 EU 에너지소비 동향

2022년 EU의 전기 소비는 2,471TWh로 전년 대비 80TWh(3%) 감소했다. 국가별로 볼 때 프랑스와 독일 두 국가의 감소량이 32TWh로 EU 전체 감소량의 40%를 차지했으며, 스웨덴과 스페인의 감소량도 각각 6.8, 5.3TWh로 많았다.

IEA는 온화한 날씨, 요금 인상, 정부 정책, 생산축소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러한 소비감소를 실현한 것으로 분석했다. 날씨에 의한 전기 소비감소량은 전체 감소량의 20% 수준인 17TWh로 많지 않고, 요금 인상, 정부 규제 등의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그 중 요금 인상은 전기 소비감소를 이끈 주요 요인인 것으로 주장했는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하반기에 전기 소비감소량이 많았고 화학·알루미늄·철강 제조업 등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축소도 하반기에 더 많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22년 EU의 가스 소비는 전년 대비 2,094PJ(13%) 감소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의 소비감소량이 1,174PJ로 전체 감소량의 절반을 상회했다. 반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소비감소율은 EU 평균치 인 13%를 크게 웃돌았으나 다른 국가에 비해 사용량이 적어 감소량도 121PJ로 적었다.

IEA는 발전 부문의 가스 소비가 소폭 증가했지만, 건물·산업부문에서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해 이러한 소비감소를 실현한 것으로 분석했다. 발전 부문은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감소, 계획 정비 등에 의한 원자력 발전 감소로 수급균형을 위해 가스 발전량이 증가했다. 반면 건물과 산업부문에서는 요금 인상에 대응한 행동 변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3. 국가별 전기 소비감소 원인 분석

가. 프랑스

2022년 프랑스의 전기 소비는 전년 대비 4%인 17.7TWh 감소했다. 요금 인상, 에너지절약 캠페인, 효율 개선 등의 인위적 노력을 통해 전체 소비감 소량의 54%에 해당하는 9.5TWh의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요인별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날씨 : 전체 소비감소량의 46%인 8.2TWh 감소 IEA는

여름 폭염으로 인한 냉방소비 증가량(5.8TWh) 보다 온화한 겨울로 인한 난방소비 감소량(14TWh)이 더 많아 날씨에 의해 전체 감소량의 46%인 8.2TWh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2) 가격 : 전체 소비감소량의 29%인 5.2TWh 감소

주택·산업용 평균 전년 대비 요금인상률이 상·하반기에 각각 12%, 14%로 가정과 기업의 소비 절감 행동을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에서는 요금 인상에 대응하여 자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들의 전기소비 비중이 2021년을 기준으로 37%인 점을 감안할 때 소비감소 효과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프랑스의 자가 태양광 누적 설치 개소는 2020년 9만 7,100개, 2021년 14만 7,648개, 2022년 23만 8,628개로 2022년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산업용 고객은 급등한 전기요금에 대응해 공장 가동을 축소하거나 근로자를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중 하나인 알루미늄 덩케르크(Aluminum Dunkerque)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응하여 2022년 4분기 생산량을 약 20% 축소했다.

(3) 기타 : 전체 소비감소량의 25%인 4.3TWh 감소

에너지절약을 위한 규제와 효율 개선 노력 등도 소비 절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요인에 의한 소비감소 효과는 수치분석으로 계산할 수 없기에 전체 감소량 중 날씨와 가격에 의한 감소분을 제외한 값으로써 산출했다.

프랑스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공공조명과 상업시설의 점등 시간 단축 등의 전기소비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점등 시간 단축으로 2022년 12월 1~2주차의 공공조명 전기소비가 전년 대비 20% 감 했고, 이러한 감소량은 원자로 1기 용량에 맞먹는 규모인 것으로 밝혔다. 또한 프랑스 계통 운영자 RTE는 “자국의 소비 절감 노력으로 동계 전기소비가 9% 절감돼 광역 정전을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소비 절감 노력의 성과를 강조했다.

나. 독일

2022년 독일의 전기 소비는 전년 대비 3%인 14.6TWh 감소했다. 정부의 규제, 범국민 캠페인 등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전체 소비감소량의 51%인 7.5TWh의 소비 절감을 이끌었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 의한 소비감소 효과는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 날씨 : 전체 소비감소량의 27%인 3.9TWh 감소

IEA의 날씨 변화에 의한 EU 지역·분기별 전기 소비변 화량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일의 전기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34~36%)을 감안해 추정했다. 냉방소비 증가량(0.68TWh)보다 난방소비 감소량(4.61TWh)이 많아 날씨는 약 3.9TWh의 소비감소를 이끌었다.

(2) 가격 : 전체 소비감소량의 12%인 1.8TWh 감소

주택·산업용 평균 전년 대비 요금인상률이 상·하반기에 각각 9%, 6%로 다른 EU 국가에 비해 인상률이 낮았다. 독일은 주택용 전기요금에 부과되던 재생에너지 부담금(EEG-Umlage) 부과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요금 인상 폭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EU 평균에 비해 낮은 요금 인상을 기록했고, 기존 요금도 EU 회원국 중 매우 높은 편이어서 요금인상률이 낮았다.

또한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변화를 추정하는 경제지표인 가격탄력성도 낮은 편이어서 가격에 의한 전기 소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용에 비해 요금인상률이 높았던 산업부문에서는 전기 소비감축을 위한 자발적인 조치가 시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 예로 도이치뱅크는 2022년 8월부터 사옥 조명과 조형물의 이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포함해 연간 4.9GW 규모의 소비감축 조치를 시행했다.

(3) 기타 : 전체 소비감소량의 61%인 8.9TWh 감소[생산축소 1.4TWh⇩, 정부규제 등 7.5TWh⇩]

원자재 가격상승 등의 여파로 독일의 연평균 산업 생산 지수는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생산축소에 의한 소비변화를 회귀분석으로 추정한 결과, 전체 소비감소량의 10%인 1.4TWh의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큰 폭(7.1%)으로 줄어들어 전기소비 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날씨, 가격, 생산축소의 영향을 제외하면 정부규제와 범국민 캠페인 등은 전체 소비감소량의 51%인 7.5TWh 의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공공조명 사용 제한 등의 규제를 시행했다.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규제 시행 후 개최된 베를린 빛 축제는 조명 개수와 시간을 축소해 전년 행사 대비 전기소비를 75% 절감했다.

다. 스페인

2022년 스페인의 전기소비는 전년 대비 2%인 5.3TWh 감소했다. 요금 인상과 정책 확대 등으로 전력 소비를 줄였으나, 여름 폭염으로 소비가 증가해 전력 소비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1) 날씨 : 여름 폭염으로 전기 소비는 0.8TWh 증가

독일과 마찬가지로 IEA의 날씨 변화에 의한 EU 지역· 분기별 전기 소비변화량 분석 결과를 토대로 스페인의 전기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29~39%)을 감안해 추정했다. 난방용 전기소비도 1.06TWh 줄어들었으나,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소비가 1.85TWh 증가해 날씨는 0.8TWh의 전기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2) 가격 : 전체 소비감소량을 크게 웃도는 9.9TWh의 소비감소를 이끎

공급비용 증가분이 요금으로 상당 부분 전가돼 상·하 반기에 각각 47%, 31%의 요금 인상을 기록했다. 전기 다소비 업종인 시멘트 제조업에서는 요금 인상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공급자와의 PPA 계약체결(CAMEX社), 공장 가동 중단(Valderrivas社)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3) 기타 : 정부 규제 등으로 전기소비가 감소했으나, 산업생산 확대로 전기소비가 크게 늘면서 전기 소비 감소분이 상쇄됨[생산확대 6.8TWh⇧, 자가태양광 1.8TWh⇩, 정부규제 등 3TWh⇩]

스페인의 전산업 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2.4% 늘었다. 생산 확대에 따른 소비변화를 추정한 결과 6.8TWh의 소비 증가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페인은 2022년 자가 태양광 누적 설치용량이 5.3GW로 급격히 늘었다. 2022년의 신규 설치 용량인 2.7GW를 적용한 추정 결과 감소한 전력량은 1.8TWh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전술한 요인별 영향을 제외하고 볼 때 정부 규제와 캠페인 등은 3TWh의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확인된다.

4. 국가별 가스 소비감소 원인 분석

가. 독일

발전용을 제외한 독일의 가스 소비는 과거 3년(2019~2021년) 평균치 대비 16%인 493PJ 감소했다. 가계부문의 감소량은 178PJ로, 이 중 121PJ은 온화한 날씨의 영향이며, 57PJ은 요금 인상, 정책적 노력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업부문의 감소량은 315PJ인데, 화학제품제조업 등 가스 다소비 업종에서 시행한 요금 인상 대응 조치가 약 125PJ의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 가계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2%(178PJ) 감소

(1) 날씨 : 가계부문 소비감소량의 68%인 121PJ 감소

가계 부문의 소비감소량 중 날씨의 영향은 난방용 에너지소비를 가늠하는 지표인 난방도일이 0인 6~8월 가스 사용량을 난방 외 목적의 가스 사용량으로 가정하여 추정했다. 분석 결과 난방용 가스소비가 많은 5, 10, 11월에 112PJ이 줄어 가계부문 소비 감소를 이끌었다.

(2) 가격 : 가계부문 소비감소량의 18%인 33PJ 감소 가스 판매세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요금 인상을 줄이고자 노력했지만, 상·하반기에 각각 25%, 36% 상승했고, 이에 따라 요금부담 완화를 위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가스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예로 가계부문에서는 히트펌프 판매량이 2022년에 크게 늘었는데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3) 기타 : 가계부문 소비감소량의 14%인 24PJ 감소 날씨와 가격에 의한 소비감소량 이외의 24PJ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2021년을 기준으로 60%에 달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하여 공급망 변화 노력과 함께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범국민 캠페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8,000만 명이 함께’를 시행했다.

◆ 산업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8%(315PJ) 감소

(1) 가격 : 산업부문 소비감소량의 40%인 125PJ 감소

급격한 가스요금 인상(상·하반기 각각 72%, 77%)에 대응해 대표적 가스 다소비 업종인 화학제품제조업은 연료전환, 가스 원료의 중간재 수입 확대 등의 소비감축 조치를 시행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화학제품제조업체 BASF는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보유한 자가발전용 연료를 가스에서 유류로 전환하여 가스 소비를 30% 절감했다. 또한 비료 생산업체들은 비료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인 암모니아를 직접 만드는 대신 수입함으로써 가스 사용 감축을 도모했다. 화학제품 제조업 단일 업종에서만 독일 전체 천연가스의 38%를 사용하기에 이러한 조치의 가스 소비절감 효과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 기타 : 산업부문 소비감소량의 60%인 190PJ 감소

요금 인상 외에도 원자재 수급 문제 등의 기타 요인에 의한 산업생산 감소, 난방온도 제한, 기업 가스난방 시스템 최적화 등의 정부규제에 의해서도 상당량의 소비 절감을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치분석은 어려우나 독일의 경우 산업용 가스 소비의 계절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되어 온화한 날씨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열처리로 등 열과 증기를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외기온도에 따라 가스 소비가 크게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프랑스

원자력, 수력 발전 축소로 발전용 가스 소비가 소폭 증가했지만, 가계와 산업부문에서는 과거 3년 평균치의 13%인 202PJ 감소했다. 가계부문의 감소량은 138PJ인데, 날씨 영향으로 97PJ, 범국민 캠페인 등 노력으로 41PJ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산업부문의 감소량은 64PJ인데, 유리 제품 제조업 등 가스 다소비 업종의 요금 인상 대응 조치와 효율 개선 노력이 큰 성과를 발휘한 것으로 추정된다.

◆ 가계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3%(138PJ) 감소

(1) 날씨 : 가계부문 소비감소량의 68%인 97PJ 감소

독일과 마찬가지로 5, 10, 11월에 84PJ 감소하며 난방용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2) 가격·기타 : 인위적 노력인 가격과 캠페인 등에 의해 가계부문 감소량의 32%인 41PJ 감소

프랑스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낮았으나 2022년 원자력 발전소 56기 중 32기가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되며 자체적인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정책인 ‘Energy Sobriety Plan’을 추진했다. 스마트보일러와 히트펌프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고 에너지소비 감축 시 요금 할인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Sobriety Bonus)를 제공하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특징이 있다.

◆ 산업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3%(64PJ) 감소

(1) 가격 : 산업부문 소비감소량의 84%인 54PJ 감소

산업용 가스요금은 상·하반기에 각각 75%, 81% 인상됐다. 급격한 요금 인상에 대응해 유리의 용융을 위해 막대한 양의 가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리 제품 제조업에서는 연료전환과 생산을 축소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식기 생산 업체 아크 인터네셔널(Arc International)은 가스요금 인상으로 용광로 9개 중 4개를 가동 중단하고 나머지 용광로의 연료를 유류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2) 기타 : 산업부문 소비감소량의 16%인 10PJ 감소

산업체 에너지 성능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50001 인증 등의 효율 개선 노력을 통해 일정부분 소비를 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크 인터네셔널은 2022년 ISO50001을 인증받음으로써 효율 개선을 인증했다. 또한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2009년 본사 건물을 ISO50001 인증받은 이후 2021년까지 에너지효율을 41% 개선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 이탈리아

발전용을 제외하고 볼 때, 이탈리아의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치의 11%인 185PJ 감소했다. 가계부문 감소량은 116PJ이다. 이러한 소비감소는 날씨의 영향도 컸으나 효율 개선, 정부 규제에 의한 감소량도 24% 수준으로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산업 부문의 감소량은 69PJ인데, 요금 인상으로 위축된 산업 생산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 가계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0%(116PJ) 감소

(1) 날씨 : 가계부문 소비감소량의 76%인 88PJ 감소

3월의 갑작스러운 추위로 가스 소비가 과거 3년 평균보다 조금 늘었지만, 10~12월에는 가스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하여 난방용 가스 소비감소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2) 가격·기타 : 날씨로 설명되지 않는 소비감소량인 28PJ은 가격, 정부규제 등의 영향

난방온도와 사용 시간 등에 관한 규제로 난방소비를 줄이고자 노력했고, 이탈리아의 가계 난방에너지원의 60%가 가스인 점을 감안할 때 가스 소비감소 효과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탈리아는 주거 건물 60% 이상이 45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로 에너지효율이 매우 낮다. 노후 건축물의 난방 효율 개선을 지원하는 슈퍼 보너스(Super Bonus) 제도는 2021년에도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돼 2022년의 가스 소비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동 제도는 2020년 7월 출시 후 2021년까지 약 7만 건이 접수됐다.

◆ 산업부문 : 2022년 가스 소비는 과거 3년 평균 대비 13%(69PJ) 감소

(1) 가격 : 산업부문 전체 소비감소량 69PJ보다 22% 많은 84PJ 감소

산업용 가스요금은 상·하반기에 각각 120%, 237% 인상됐다. 경제 분야 싱크 탱크인 브뤼셀에 따르면 가스 요금 인상으로 1차 금속, 화학제품제조업 등 가스 다소비 업종의 생산축소가 상당했다. 두 업종의 산업용 가스 소비 비중이 2021년을 기준으로 40%에 달하여 전체 소비감소에 미친 영향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1차 금속 제조업은 2022년 3분기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화학제품제조업의 생산량은 하반기에만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2) 기타 : 산업부문 가스 소비감소는 가격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으나, 2021년 4월부터 추진 중인 국가재 건 중장기 프로젝트(Piano Nazionale di Ripresa e Resilienza) 기반의 산업생산 시스템 디지털화, 효율 개선 노력도 일정부분 소비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5. 결론 및 시사점

2022년 EU의 전기·가스 소비감소에는 통제 불가능한 요인인 날씨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나, 가격·정부규제· 범국민 캠페인·효율 개선 등의 인위적 노력에 의한 감소량이 더 많았다. 국가별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었으나 인위적 노력은 전기 소비감소량의 54~115%, 가스 소비 감소량의 53~75% 수준의 영향을 미쳤다. 이는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가격, 정책 등의 인위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격은 해외 전문 연구기관 등에서도 평가하듯 에너지소비 절감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요금 정상화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소비억제와 효율 개선 투자와 같은 자발적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의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 간의 상대가격도 중요하므로 전기와 가스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가격 정책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 간의 상대가격 왜곡으로 비닐하우스의 전기난방과 같은 비효율적 전기화가 많았기에 이러한 왜곡 해소가 시급하다.

추가적으로 전기는 전기기기 가동을 위해 상시 이용되는 에너지원이기에 이용처가 다양하다. 따라서 자가 태양광 설치, 재생에너지 공급자와의 PPA 체결, EMS 설치, 조명 이용 시간 단축 등의 요금부담 경감을 위한 선택지가 많았다. 이는 전기요금이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이끌 수 있는 여지가 큰 수단임을 시사한다.

허강준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일반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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