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스템 유연성을 위한 양수발전 다시보기
전력시스템 유연성을 위한 양수발전 다시보기
  • 송승호
  • 승인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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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는 전력 계통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예를 들어 풍력발전의 비율이 증가하게 되면 풍력발전 출력과 기존의 부하량이 더해져서 순부하(net load)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순부하의 변동은 풍력이 없을 때보다 풍력이 더해졌을 때 그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VRE, Variable Renewale Energy) 발전용량이 증가하면 전보다 더 큰 시스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유연성은 순부하의 급격한 변동성을 보완해 발전량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즉 램핑(Ramping)능력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전력 시스템에서 램핑을 담당하는 발전기는 주로 화력발전기이며 그중에도 가스터빈이 가장 빠른 램핑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유리하다.

한편 경부하인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운전 중인 화력발전기의 출력을 낮춰 조절하겠지만 발전기의 본래 특성상 어느 값 이하로는 운전이 불가능한 최소부하조건이 있다. 이러한 최소 발전량에 관한 제한 조건 때문에 시스템에 공급 과잉(over supply)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얼마나 낮은 최소 발전량 제한 조건을 갖느냐 하는 것도 발전기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중에 하나다. 요약하면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수용을 위해서는 기존보다 높은 시스템의 유연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빠른 램핑 능력과 더 낮은 최소 발전량 제한조건을 갖는 발전기가 많을수록 시스템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기존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유연성을 공급하는 발전원으로 대표적인 것은 석탄화력과 가스복합이다. 종종 발전시스템이 보유한 유연성 특성은 발전시스템의 효율과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은 증기 터빈 방식으로서 연료 연소와 보일러를 통해 출력을 높이는 구조이므로 압력과 연료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갖지만 태생적으로 높은 유연성을 갖기 어렵다. 만일 석탄발전에서 너무 급격한 출력 변동을 하려다 보면 효율이 떨어지고 배출 가스 오염이 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가스복합은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으로 구성되는데 가스 터빈 단독으로 운영되면 가장 유연성은 높지만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어쨌든 가스터빈은 램핑 능력이 우수하고 최소 출력 제한값도 낮아서 석탄(스팀)발전보다 램핑과 최소출력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유연성 전원이다. 하지만 가스 발전은 연료 가격이 비싸고 수급 불안정 리스크가 있으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므로 여전히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자 그러면 양수발전은 어떠한가? 우선 수력을 이야기하자. 이미 세계적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댐을 건설하고 수력발전소를 만들어 자연에너지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수자원의 적절한 통제 및 활용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력발전소는 낙차를 이용하므로 산악 지형이 많고 유량이 풍부한 일부 국가에서만 자원이 풍부한 특성이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네팔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매우 활성화되어 있으나 모든 나라에 풍부한 수자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유연성 측면에서 수력발전은 매우 우수한 자원이다. 시스템에 전력이 필요할 때 수력발전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댐의 수문을 열고 (마치 수도꼭지를 열듯이) 수차를 회전시켜 발전기를 돌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수초에서 수십 초 정도 걸리므로 화력발전에 비해 매우 빠르고 그 용량도 작지 않다. 그리고 운전 가능 최소 발전량 제약 조건도 매우 작아서 수력발전기는 유연성 관점에서 매우 우수한 발전기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기 비중을 높이려는 여러 선진국은 자국 내에 보유한 수력발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생에너지로 인한 변동성을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력발전소는 갈수기에는 사용이 어렵고 댐 건설을 위해 환경을 일부 훼손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수력발전소는 발전모드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력 발전량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공급 과잉(over supply) 시 부하로서 동작하지는 못하는 한계점도 있다.

양수발전은 상부 저수지와 하부 저수지를 가지고 있어서 발전과 펌핑(pumping)을 모두 할 수 있는 발전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수력발전보다는 용량이 작은 편이지만 입지에 따라서는 상당히 큰 용량의 양수발전소도 건설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 많아서 양수발전에 유리한 장소를 찾기에 용이한 편이다. 물론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인 것은 틀림없다. 유연성 측면에서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속응성과 램핑능력, 그리고 최소 발전량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수자원을 순환시켜 사용하므로 갈수기에도 사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유연성 자원인 것이다. 한 가지 추가로 생각할 점은 유량을 가변으로 조절해 발전기의 출력을 가변할 수 있는 가변속도 운전방식을 채용하게 되면 기타 다른 방식에 비해서 훨씬 효율적이면서도 연속적인 출력 가변 제어가 가능하므로 전력시스템에서 요구하는 보다 정교한 밸런싱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수발전기는 회전형 발전기로서 그 자체가 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stability)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자원이다. 또한 양수발전소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 최초 시송전을 위한 블랙스타트(Black Start) 발전소로도 적합하다. 이러한 블랙스타트 기능을 보유한 양수발전소는 전력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수발전소를 여러 지역에 나눠 건설하게 되므로 이러한 양수발전소를 활용해 해당 지역의 발전력 변동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게 할 수도 있어서 마치 대규모 ESS를 건설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볼 수 있고 특히 송전선로의 건설을 지연하거나 새로운 지역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의 핵심 주체로 활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차 전력 수급계획 수립 시부터 양수발전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양수발전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 육성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와 지원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한 전력 계통 안정화 대책에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ESS 혹은 동기조상기 등 여러 가지 솔루션과 더불어 양수발전의 가치와 비용을 비교해 종합적인 포트폴리오(설비 계획)를 만들고 통합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해 비용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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