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고 연구하는 학회로 만들 것"
"기본에 충실하고 연구하는 학회로 만들 것"
  • 이훈 기자
  • 승인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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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준 대한전기학회 회장

국내 최초 전기관련 학회인 대한전기학회는 올해 설립 77주년을 맞는 뿌리 깊은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150여 기관, 1만 6,000여 명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이병준 고려대학교 교수가 제53대 대한전기학회 회장<사진>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을 만나 전기화 시대 맞이 전기안전의 중요성,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전기학회 역할과 1년 동안의 학회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전기학회 제53대 회장 선출을 축하드리며,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화와 개혁이 요구되는 어려운 시기에 학회장을 맡게 돼 부담이 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기학회 전통에 대한 믿음과 회원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있습니다. 우리 대한전기학회는 국내 최초의 전기 관련 학회로, 올해 설립 77주년을 맞는 뿌리 깊은 전통과 150여 기관, 1만 6,000여 명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크고 무겁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 위에서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에너지전환이나 탄소중립 등 전기가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학회가 그간 관성적으로 움직여 온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나가고자 합니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으로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데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한편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학회 일을 준비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배워왔습니다. 막상 앞으로 1년간 학회를 꾸려갈 생각을 하니 모든 것이 미숙하고 생소하게 보입니다. 그동안 학회를 운영해 오신 선임 회장님들이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학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신 전임 회장님들과 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학회를 이끌어 나갈 방향과 주요현안 및 해결 방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 집행부가 추구해야 할 비전과 방향성은 ‘기본에 충실한 조직으로의 회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술활동과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중심을 두고 학회의 체질을 더욱 건강하게 바꿔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학회는 학술활동의 기본 단위로서 기술위원회를 조직, 좀 더 세밀하고 다양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기술위원회는 학회가 담아내야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전기계 최고 학회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연구하는 학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술과 소통, 재정 등 3개 측면에서의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학술 측면에서는 인구 절벽과 같이 ‘학술세대 절벽’을 대비하면서 젊은 학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이에 이번 집행부는 출범부터 7월에 개최될 하계학술대회 준비를 시작했으며, 깊이 있고 회원들이 꼭 참석해야 할 정도의 수준 높은 학술대회를 조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신설하는 ‘KIEE CEO 클럽’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KIEE CEO 클럽은 학회가 중심이 돼 전기분야 현장, 산업계와 학술적인 교류를 넓혀가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대학원생을 포함한 신진 연구자와 여성 연구자, 지역 연구자 등을 적극 지원해 학문적인 연구지평을 넓혀 가겠습니다.

소통 측면에서는 회원들 간의 사고와 지식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관련 학회와 공동으로 건전한 학술토론과 공동세미나를 추진해 장기적인 통섭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미래 전기에너지분야 꿈나무인 초·중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임기 동안 우리 학회의 재정적 내실을 다져 나가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전기분야 공기업의 재정 문제와 같은 영향으로 학회가 운영 재원을 마련할 여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의 후원이 위축되는 부분도 이제 현실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학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사무국 운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아울러 기본에 충실한 재정 내실화와 건실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KIEE CEO 클럽 출범 배경과 역할 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학회는 올해 KIEE CEO 클럽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의 주목적은 전기분야의 미래 비전과 학술 지향점을 제시하기 위해 전기분야의 산업체 리더들을 전기학회 내 협의의 장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산학연간 전기분야 전반의 발전을 위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논의하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다양한 전기분야 기술 및 산업 동향 정보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KIEE CEO 클럽 출범과 함께 학회 협동부회장 제도를 확대해 15명 내외로 개편했습니다. 협동부회장들은 앞으로 산업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리더들과 함께 KIEE CEO 클럽의 운영 및 활동을 이끌어 나갈 예정입니다.

협동부회장은 국내 유수의 중전기업체와 에너지기업의 CTO, 유망 창업기업 CEO, 전기설계·감리업계 대표 등 다양한 분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분들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중에 KIEE CEO 클럽 구성을 완료하고 하계학술대회에서 출범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직 세부 활동계획을 세우는 중에 있습니다만 일부 소개를 드리자면 KIEE CEO 클럽에서 운영하게 될 가칭 ‘스마트 에너지 코리아 포럼’을 통해 전기분야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KIEE CEO 클럽의 가시적인 활동과 성과는 포럼 등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산학연 공동연구의 기반을 다지고 우수인재 및 인력유치 기반을 확대하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화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기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안전은 과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규제로 인식됐으나, 앞으로 새로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필요 요소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주도하에 개발 중인 ‘ESS 안전성 복합 평가 체계’가 미국에서 인정받으며, ‘대통령실 주재, 한미 차세대 핵심기술’로 지정돼 미국 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제표준 반영을 추진하는 등 안전을 경쟁력으로 한 신산업 활성화에 역동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ICT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기설비 상태를 진단하여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기술, 전기화재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여 사전에 전기재해를 예방하는 기술 개발 등 산학연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넓습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전기안전분야의 기술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구자의 안전분야 관심을 높이고자 전기안전 우수논문전 등에 대한 홍보, 학회 회원들과 전기안전 R&D 공동연구 확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협력해 우리나라의 안전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또한 전기화 시대는 다가오지만 인력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기분야의 원활한 국가 인력 수급 측면에서 전기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임 학회장님들도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기분야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학회 내에는 전담 위원회를 두고 전기 관련 분야별 인력양성 필요성과 인력규모를 산정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회에서 그동안 도출된 결과를 발표했고, 앞으로 백서 형태로 발간해 정부의 에너지분야 인력양성 로드맵 수립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전달할 계획입니다. 또한 앞서 소개했던 KIEE CEO 클럽의 활동 계획에는 산학연 공동연구 활성화와 기업의 관심 사항인 인재양성 및 수급의 통로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산학연 공동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DB를 구축하는 등 공동연구의 기반을 다지고, 산연 시찰 및 정보교류 확대를 통해 전기 산업계에서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등 올해 전기계 많은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전기계의 향후 전망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같이 시행을 준비하고 있거나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같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법·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서 잘 수용될 수 있도록 전기관련 협단체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자 합니다.

전기산업은 국민들의 삶과 맞닿은 분야입니다. 이 때문에 제도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산업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솔루션을 찾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 생각합니다. 산업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전기학회의 역할이자 사명입니다. 국민들이 전기분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삶의 일부분으로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전기학회가 되겠습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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