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좌초자산 규모와 대응 방안
석탄발전 좌초자산 규모와 대응 방안
  • 안영환
  • 승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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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석탄발전 병립 가능한가?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2021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A안과 B안 두 가지를 발표했는데, B안이 A안에 비해 탄소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에 기반한 화석연료 사용의 여지를 약간 더 열어 두었을 뿐 두 안은 기본적으로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표1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A안과 B안의 2050년 전력믹스를 보여주고 있다.

A안과 B안은 모두 2050년 석탄발전량을 0으로 설정했다. LNG 발전에 대해서 A안은 0으로, B안은 CCS를 전제로 LNG의 발전비중을 5% 정도로 전망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늦어도 2050년까지 석탄발전의 운영을 중지해야 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이번 정부의 원자력 활용 증대 정책을 반영하면, 2050년의 원자력발전 비중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B안의 전력수요를 기준으로 약 12.7%까지 상승하게 된다(장명진외, 2022). 원자력발전은 전통적으로 석탄발전과 함께 기저부하를 담당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늘어나면 석탄발전의 퇴출 시기는 더 앞당겨질 가성이 높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의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2030년까지의 부문별 경로는 2023년 4월에 확정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 기본계획’에서 확정돼지만, 2030년부터 2050년까지의 경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안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석탄발전을 2050년까지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석탄발전 형태가 유된다면 그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에 관한 해외의 주요 연구결과를 보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환부문은 다른 부문보다 먼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 2021)는2050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 전환부문이 204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할 필요가 있음을 보였다. Mckinsey & Company (2020)는 유럽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환부문이 2045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요 결과로 제시했다.

미국 국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State, 2021)가 발표한 미국의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 12개는 모두 2035년 전환부문 배출량을 0으로 설정하고 있다.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에너시스템 전체 관점에서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환부문이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2023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석탄발전기는 61기가 가동 중이며 2기가 아직 건설 중이다. 삼척블루파워 1, 2호기가 건설 중인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발전기들은 올해 10월과 2024년 4월에 완공될 예정이다.2020년 이후부터 가동 중인 석탄발전기도 5기(강릉 안인 1, 2호기, 고성하이 1, 2호기, 신서천)가 존재한다. 2050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7기가 설계수명 30년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2030년보다 더 강한 2035년 NDC 목표를 UN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동연한 단축뿐만 아니라 2030년 이후에는 가동기간에도 석탄발전의 이용률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석탄발전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고, 석탄발전기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 좌초자산의 발생이다. 본 글에서는 국내 석탄발전 좌초자산의 규모에 대해 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석탄발전 좌초자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좌초자산의 개념

좌초자산은 회사가 투자했으나 시장 및 규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현금흐름 상황이 악화되면서 회수하지 못하게 된 투자액을 의미한다. 좌초자산의 정의는 문헌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좌초자산은 장부가치를 하회하는 시장가치와 장부가치 간의 차이라는 Dismukes and Maloney(1999)의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IEA(2013)는 내용연수가 끝나지 않았지만 기후 정책에 의해 야기된 시장과 규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기존 투자 자산을 좌초자산으로 정의했다. Generation Foundation(2013)2)은 규제, 시장, 기술, 사회규범 등의 변화로 인해 예상 내용연수를 훨씬 앞서 경제적 가치를 상실한 자산의 투자액 미회수분을 좌초자산으로 정의했다. IDB(2016)는 예상치 못하게 급속히 평가 절하된 자산을 좌초자산으로 정의했다.

석탄발전 좌초자산의 규모 추정

정훈 외(2022)는 좌초자산을 장부가치를 하회하는 시장가치와 장부가치 간의 차이로 정의하고 국내 석탄발전의 좌초자산을 추정했다. 시장가치는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에 의한 미래 현금 수입으로, 장부가치는 투자비용으로 해석했다. 분석방법은 METER(Model for Energy Transition and Emission Reduction) METER 전력부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안영환 외(2022)를 참조하기 바란다.

상향식 에너지시스템 최적화 모형의 전력부문 모형을 사용해 시나리오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한 시나리오는 다섯가지 시나리오인데, 현 시점에서 의미 있는 시나리오는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와 탄소중립 시나리오 A, B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는 2050 탄소중립 목표와 2030 NDC 상향 목표가 반영되지 않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경향이 2050년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작성된 시나리오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A와 B는 2030년 NDC 상향 목표와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A안과 B안을 반영한 시나리오이다.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해 암모니아 혼소를 한 경우와 암모니 아 혼소를 하지 않은 경우를 분석해 총 6개의 경우에 대해 좌초자산 규모를 산정했다.

좌초자산은 시나리오에 따라 약 3조~14조 4,000억원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초자산은 제9차 전기본에 기반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서도 약 3조원 가량 발생한다.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서 추가적인 석탄발전의 유입이 없고, 기존 NDC 감축목표(2030년 1억 9,200만톤)를 달성하는 수준의 감축 강도가 2050년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혼소가 가능할 경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좌초자산의 규모는 4조 2,000억~5조 4,000억원 규모로 산정된다. 암모니아 혼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좌초자산의 규모는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13조 5,000억~14조 4,000억원 규모로 계산된다. 발전기별로는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2017년 이후 완공된 석탄발전기들 위주로 좌초자산이 크게 발생한다(정훈 외, 2022).

아직까지 암모니아 가격은 열량 기준으로 LNG에 비해 3~4배 높기 때문에 향후에 가격 하락이 충분히 이루어지거나 정부의 연료비 지원이 없으면 석탄발전의 암모니아 혼소가 도입 또는 지되기가 어렵다.  <표2>에 나타난 암모니아 혼소는 암모니아 연료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구현한 시나리오이다.

암모니아 연료비 지원이 없어서 혼소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석탄발전은 2030년대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암모니아 혼소가 가능한 여건에서는 석탄발전이 2045년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스라인 대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좌초자산은 2050 탄소중립 목표설정과 이에 따른 2030 NDC 상향으로 인한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암모니아 혼소가 가능할경우에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설정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좌초자산은 1조 2,000억~1조 4,000억원이다. 암모니아 혼소가 가능하지않을 경우에는 2050 탄소중립 목표로 인한 추가 좌초자산은 10조 5,000억~11조 4,000억원이다.

 

석탄발전 좌초자산 대응 방안

석탄발전 좌초자산 최소화 가능한가?

석탄발전 좌초자산에 대응하는 방법은 첫 번째 단계는 좌초자산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남은 좌초자산에 대해 적절한 보상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석탄발전 좌초자산을 최소화는 가장 좋은 방안은 새로운 석탄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Johnson et al., 2015, Edwards et al., 2022).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전력 수요관리와 함께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재 석탄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에 적절한 처방이고, 이미 석탄발전소를 거의 다 건설한 우리나라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이미 건설된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기존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CCS를 사후 부착(retrofit)하는 것이다(Johnson et al., 2015). 지난 5월에 발표된 미국의 청정전력계획 2.0은 2030이후에도 잔존하는 석탄발전소에 대해 2030년부터 CCS 부착을 의무화했는데, 이는 석탄발전 좌초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포집된 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해외 저장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기존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다른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석탄발전소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석탄 대신 바이오스나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 시설 변경을 최소화하면서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표 2>를 통해 살펴 본결과도 암모니아 혼소를 통해 좌초자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암모니아는 그린 암모니아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방안이현실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나 그린 암모니아의 가격이 충분치 낮아지거나 배출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상황에서는 정부의 연료가격 지원이 필요할 텐데, 이는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기존의 석탄발전소에서 연소시킬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무탄소 연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한,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을 줄일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은 찾기 어렵다.

좌초자산 보상 : 소비자의 부담을 증대할 것인가? 발전회사의 부담을 증대할 것인가?

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좌초자산 규모를 추정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표2에서 보았듯이 암모니아 혼소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경우 탄소중립에 따른 석탄발전의 좌초자산 규모는 13조 5,000억~14조 4,000억원 정도이다. CCS 사후부착이나 연료 혼소를 통해 좌초자산을축소하는 방법은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고 경제적 타당성도 아직은 약하다. 축소되지 않는 좌초자산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미래에 대해 예상을 잘못한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필요에 의해 규제 환경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사가 공동으로 일부를 분담해야 하는가?

석탄발전에 이미 투자된 비용은 일종의 매몰비용(sunk cost)이다. 이미 투자된 비용은 전환부문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의사결정에 영향을끼치지 않아야 한다. 좌초자산에 대한 보상 여부와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의사결정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좌초자산에 대한 일정 정도의 보상이 수행되지 않으면, 발전회사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탄소중립에 대한 의사결정도 부정적 영향을 일부 받을 가능성이있다. 좌초자산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좌초자산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시행하면, 전력소비자나 일반 납세자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석탄발전 좌초자산에 대해 보상 금액은 전력가격에 반영되거나 세금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석탄발전 좌초자산 보상에대한 문제는 발전회사나 투자자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킬 것인지, 아니면 전력수요자나 일반 납세자의 부담을 증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부의 재분배 효과와 투자자와 규제자인 정부의 책임 정도를 고려해 결정해야 할 정치적 문제에 가깝다.

Maloney(1999)는 좌초자산에 대해 정치적 문제를 걷어내고 객관적 분석이 적용될 수 있는 이슈를 제시했다. 중립적 관점에서 산정한 좌초자산의 규모, 경제적 왜곡을 최소화할 보상 방법, 좌초자산 발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 이해관계자의 영향 등이다. 이러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기술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감소한 이후 정치적 이슈인 보상 규모를 결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석탄발전의 질서있는 퇴장에 대한 계획과 좌초자산 및 보상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수립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에너지학과 부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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