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에 대비한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 필요
극한기후에 대비한 겨울철 전력수요 관리 필요
  • 이창호
  • 승인 2024.0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빈발하고 있다. 이번 겨울만 하더라도 시베리아 한파의 영향으로 중국 등 동북아지역에 혹한과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전기전자공학회 전기부문(IEEE-PES)에서는 극한기후(Extreme Weather)에서 전력 및 에너지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주제였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혹한, 폭염, 태풍, 지진, 홍수, 가뭄, 토네이도와 같은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극한기후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미국 남서부, 중서부 및 북동부에 극심한 한파가 몰아쳤다. 비교적 온화한 기후인 미국 중남부에 겨울 폭풍이 몰아닥치면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텍사스주는 2021년 2월 14일부터 2월 18일까지 수십년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최저기온이 영하 18℃에서 22℃까지 떨어졌고 10㎝ 이상의 폭설까지 내렸다. 텍사스주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 관할지역에서는 한파와 폭설로 인해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전력망, 연료제약, 시장가격 기능의 마비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이러한 대규모 정전으로 인해 텍사스 주에서만 약 400만명이 추위 속에서 전기 없는 불편을 겪었고, 일부 산업체에는 한달 가까이 전력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요 며칠간의 짧은 한파에도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최저기온이 영하 13℃까지 떨어지자 일 최대부하도 연일 9,200만kW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아직 2022년 12월의 피크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온이 몇도만 더 떨어져도 순식간에 피크부하를 갱신할 수 있다. 전력수요의 가파른 증가로 인해 최근 들어서는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근래 들어 에너지가격의 구조적인 문제와 기후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전력수요의 증가가 지속되고 피크수요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어 당장의 전력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요불급한 전력소비를 줄이고 피크시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일시적인 공급력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22년에 1만 304kWh로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전력소비가 많은 나라는 북유럽이나 캐나다, 미국과 같은 기후나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몇몇 국가에 불과하다.

에너지자원이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에너지 과소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라든가 낮은 전기요금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력은 가정에서 14%, 상업, 공공 등 업무용으로 33% 그리고 산업용이 49%, 농사용으로 4%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과거 10년간의 전력수요 비중의 변화를 보면 업무용은 늘고 산업용과 주택용은 줄어들고 있다. 전력소비 증가의 많은 부분이 전기 다소비 산업체와 서비스업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한편, 우리나라의 전력소비패턴 또한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전력소비는 전기기기의 보급 확대나 신기술 확산,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냉난방, 취사, 공정에서 석유가스가 전력으로 전환되는 소위 ‘연료전환’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이미 언급한 전력수요의 변동성 확대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이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동안 지속되던 하계피크에서 동계피크로 전환되어 2015년까지 지속되었으나, 2018년 이후 폭염과 더불어 다시 하계피크가 이어졌고, 작년에는 다시 동계피크로 전환되었다.

이제는 기후변동성에 따라 언제든지 동하계 피크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으로, 피크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와 변동성의 확대를 공급자원, 즉 발전소 건설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름이나 겨울철 피크를 유발하는 수요가 통상적인 전력사용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기후요인에 의해 짧은 시간에 급증하는 냉난방수요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은 기후 변동성에 대응하여 난방수요 변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동계 전력수급에 대응하기 위해 피크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부여하는 피크요금제와 같은 가격신호에 의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와 아울러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를 시간대별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섹터커플링의 도입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의 확대로 이제 에너지의 생산, 이용, 저장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기기와 프로그램도 일반화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건물면적당 사용량, 냉난방온도 등을 규제해 에너지의 낭비나 과소비를 방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아울러 산업 및 업무용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조명, 냉난방 등 주요 수요에 대해 단위면적당 사용량 기준을 만들어 적정수준 이하로 전력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도 과도한 소비와 에너지 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전력 다소비자를 대상으로 표준적인 사용기준을 정하여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즉,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인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이제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겨울철 전력수급문제도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연구소 교수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