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RE100 도입 1년에 대한 평가
한국형 RE100 도입 1년에 대한 평가
  • 김성훈
  • 승인 2022.03.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RE10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RE100은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한다.

2050년은 2022년 현재 시점 기준으로 대략 30년 남짓 남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RE100에는 단계별 이행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RE100 참여기업은 2030년 60%, 2040년 90%의 재생에너지 이행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RE100 애뉴얼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현재 가입 중인 기업의 이행계획상 100% 타깃 연도는 평균 2028년도로 되어 있다. 가입 기업의 3/4 이상이 2030년까지 RE100 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가입 기업 중 53개사는 이미 100% 목표에 도달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자사 전력사용량의 평균 41%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 중이다. 재생에너지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 현실상 동 캠페인의 목표는 대단히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RE100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시행초기에는 미국·유럽 기업 중심으로 14개 기업만이 참여했으나, 매년 참여기업수가 증가해 2021년말 기준으로 348개 기업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SK(주) 등 14개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뛰어 들었다.

RE100은 단순한 에너지전환 캠페인이 아니다. 사업현장에서 RE100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현실 말이다.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RE100에 참여해 자사의 재생에너지 적용환경을 개선해 왔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등은 이미 RE100 이행목표를 달성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이제 전 세계 공급망에까지 재생에너지 적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는 수출주도 경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납품 제품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적용 노력이 미진한 기업은 자칫 주요 고객사를 잃게될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RE100의 파고를 넘어가기 위해 한국형RE100(K-RE100) 제도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K-RE100은 기업의 글로벌 RE100 이행을 위한 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희망하는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의 재생에너지 적용 활성화를 위해 시행된 제도다.

K-RE100제도는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뿐만 아니라 동 캠페인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도 참여 가능하다. 목표는 글로벌 RE100과 동일한 2050년 100%의 이행 목표설정을 권고하고 있다. 참여절차는 전기소비자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K-RE100 시스템에 등록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고, 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사용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이행 등에 활용하는 프로세스로 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K-RE100 활성화를 위해 참여 인센티브도 갖춰 나가고 있다. 먼저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20%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K-RE100 라벨링 부착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2022년 예정). REC 구매, PPA, 자가설치 등의 이행수단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질 경우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이 가능하다. 다만, 감축실적 인정 시 당해연도에 생산한 전력을 당해연도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인정하며, 이행수단 중 녹색프리미엄과 에너지원 중 바이오에너지는 감축실적으로 인정이 안된다.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정책연구, 설치지원, 3자 PPA 망사용료 지원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에너지공단과 NH농협은행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K-RE100 기업에게는 최대 0.3%p의 금리우대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공공조달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중이다. 동 제도 이행을 위해 K-RE100 참여자는 녹색프리미엄 등 네가지 이행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각 이행수단의 개요는 그림 2와 같다.

지난 1년간의 K-RE100 제도 시행을 통해 참여한 기업수는 총 74개이며, 기업유형별로 대기업 32개, 중견·중소기업 14개, 공공기관 28개이다. 이행수단별로는 녹색프리미엄 59건, REC 구매 15건, 자체 건설 2건이며, PPA는 아직까지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의 K-RE100 이행성과를 평가해 보면

첫째, 제도 시행 초기임에도 많은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의 국가보다 재생에너지 LCOE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74개 기업 등이 참여한 점은 평가할 만 하다. 산단 RE100, 지자체 단위 RE100 등 지자체의 관심 역시 큰 상황이다. 참고로 글로벌 RE100이 출범 3년차에 참여기업 80개에 도달했고, 일본의 국내형 RE100제도의 1년차 참여 기업수는 60여 개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투자비 부담, 설치공간 부족 등의 사유로 재생에너지 적용을 미루고 있으며 RE100에 대한 인식 부족도 큰 것이 현실인 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기관과 산업계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녹색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전체 이행수단 참여 78건 중 59건이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이뤄졌다. 전체 물량의 약 76%를 녹색프리미엄이 차지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녹색프리미엄을 활용한 셈인데, 이는 초기시장에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RE100도 초기에는 녹색요금제 비중이 높았으나 점차 재생에너지 LCOE가 개선되면서 REC 구매와 PPA 쪽으로 조달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결국 재생에너지 설치단가의 하락이 뒷받침돼야만 보다 추가성 있는 이행수단인 REC 구매, PPA 등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는 전기 판매처로서 RPS 시장과 K-RE100 시장 사이에서 고민이 커질 것이다. RPS는 REC 가중치가 적용되는
반면, K-RE100은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향후 RPS 등 재생에너지 정책 동향, 재생에너지 단가의 하락과 함께 양 시장간 수요-공급 곡선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향후 이행수단간 비중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REC 구매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에만 의존하지 않고, REC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이는 초기 K-RE100의 성장 가능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단이 실시한 기업 대상 RE100 참여의향 설문조사 결과 등을 보면 많은 기업들은 향후 REC 구매와 PPA를 RE100의 주요 이행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넷째, 글로벌 RE100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대기업 외에도 중견·중소기업의 관심도 역시 높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전 세계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력이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RE100이 문 앞까지 와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RE100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성과와 함께 개선해야할 점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PPA 시장의 활성화, K-RE100의 저변확대와 이행모델 다양화, 인증제도, 금융지원 등 정책적 노력과 함께 제도 참여주체인 기업, 기관 등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승준 2022-09-26 11:37:05
기사 잘읽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K-RE100 실적이 글로벌 RE100 실적으로 인정을 받을수 있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