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가야할 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가야할 길
  • 김형중
  • 승인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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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하 분산특별법)이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속에 지난 6월 13일 공포돼 2024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에너지 산업계는 물론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지혜를 모아 1년 후의 제도 시행을 준비해야 시기이다. 묵힌 오해가 있었다면 해소하고 다소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분산에너지 시스템의 필요성이 왜 지금 시점에 대두되고 있을까?

송전망은 고속도로, 배전망은 지방도로로 비유하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망(고속도로)을 통해 장거리 이송을 하며 배전망(지방도로)를 통해 소비자로 최종 공급된다. 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로 인해 송전망(고속도로)의 증설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 지면서 곳곳에서 정체구간과 정체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수도권에 대규모 신규 수용자가 입지하게 된다면 송전망(고속도로)에 의존한 방식의 전력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송전망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기존 전력망으로 전력수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이미 오랫동안 보아왔지 않았던가. 이제 새로운 대안으로 분산화된 에너지시스템을 지향해 기존 전력망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지역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분산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을 1년여 앞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지역별 전력자립률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전력계통 영향평가제도, 지역별 요금제도가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는 신규 전력다소비 개발사업자 및 공장·건축물 소유자에게 분산에너지 설치의무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지역별 전력자립률에 따라 의무량은 차등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초기에는 낮은 수준의 의무비율을 부여해 이행력을 높이고, 점차 그 비율을 높여나가는 방식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는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에 실제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사용시설의 설치시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여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위험한 영향을 회피하거나 제거 또는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련하는 제도이다. 또한 지역별 요금제도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해 송·배전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해 발전소 인근의 수용가에 일정 부분 낮은 요금을, 송·배전망을 많이 이용해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수용가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제도 설계 시 일반 국민의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며, 한국전력의 경영여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분산에너지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국가적으로 전력자급률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역별로 전력수급에 적합한 프로그램의 설계와 시스템 적용이 필요하다. 분산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지역적인 요소와 특성을 감안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은 지역기반의 전력공급과 수요특성을 통합한 프로그램의 적용이 가능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가 기대되는 바, 많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화지역 내에서는 전력거래 특례가 적용돼 발전·판매가 가능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자율적인 전력거래가 가능해 혁신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특화지역의 예상가능한 모델로는 ①제주·호남형 특화지역 ②도심형 특화지역 ③산업단지형 특화지역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제주·호남형의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원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와 불균형이 발생해 출력제한이 이뤄지는 곳으로 변동성 대응을 위한 에너지신기술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나 산업단지는 부하의 특성과 종류가 상이하지만 전력부하가 밀집되어 있어, 발전기의 대용량화가 필수적인 곳으로 예상돼 분산에너지자원의 다양성과 통합이 요구된다. 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전력수요에 대한 시계열적 분석을 통해 분산에너지자원의 투입량의 결정이 필요하고, 전통적인 전력공급 방식 대비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요구된다.

셋째,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에너지신산업의 확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분산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살아있는’ 전기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내에서는 규제특례가 적용 가능해 새로운 전기기술의 시도와 다양한 비즈니스의 구현이 가능한 공간이다. 연구실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정밀하게 연구하고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신산업은 빛을 발하고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인 측면에서 많은 성장이 기대된다.

그리고 미래는 전기에너지가 열·수소·가스 등과 상호 교환되어 저장·교환·거래가 되는 통합 에너지그리드의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인력고용과 시장창출을 넘어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분산특별법은 분산에너지 이상의 것이 담겨 있는 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용기(勇氣)’라는 키워드이다. 그간 오랫동안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져 기존 관성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을 통해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이 한 단계 성장을 이루어내고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김형중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신산업실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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