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 에너지 100%(CF100)으로 가는 길과 원자력
무탄소 에너지 100%(CF100)으로 가는 길과 원자력
  • 정용훈
  • 승인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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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소 에너지 공급 목적의 RE100과 CF100

RE100은 기업 혹은 임의의 그룹(예를 들어 도시)이 재생에너지원(Renewable Energy)에서 전기를 100% 조달하기로 약속하는 이니셔티브로서 그 목표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채택하도록 장려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RE100을 선언하고 가입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과정을 공개하고 재생에 너지 사용을 늘리는 정책및 규제 변경을 지지하는 데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협력해 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있다. CDP는 기업과 도시가 환경 영향을 공개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도록 장려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기업과 도시에 연례 설문지를 보내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삼림 벌채 영향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청한다. 그런 다음 수집된 데이터는 투명성과 책임을 촉진하데 사용되는 점수와 성과 등급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CF100(Carbon Free Energy 100%)이란?

CF100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자는 이니셔티브이다. 24/7 Carbon-Free Energy Compact(CFE 24/7)로 알려진 CF100은 무탄소 에너지 미래를 실현하는 사명을 가진 기업, 정책 입안자, 투자자 및 조직으로 구성된 글로벌 그룹으로서 1년 365일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실시간 사용하는 에너지가 무탄소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전력 수요를 실시간 충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Google과 UN Energy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생전력을 구매하고 있는 Google의 24/7 무탄소 에너지 이니셔티브는 2030년 말까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에 맞춰 24/7 무탄소너지를 공급하겠다는 Google의 약이다. Google은 10년 넘게 재생 가능에너지를 구매해 왔지만, 이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외에 무탄소 자원을 모두 포함한다. 실제 실시간 사용하는 에너지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기 해 노력함으로써 사실 RE100보다 무탄소 차원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무탄소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과 상시 청정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구글은 또한 기계 학습과 AI를 사용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소비량을 무탄소 에너지와 일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CF100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자력을 사용할 환경이 되는 기업이나 국가는 원자력을 포함해서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전력망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의 실시간성을 최대한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간헐성 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이라면 원자력 없이 실시간성을 높이는 노력은 한계가 분명하다.

RE100은 어떻게 달성하나?

RE100을 달성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1)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 2) 그리드(전력망)에서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 3) 재생에너지 크레딧을 구매한 양 4) 타지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한 지분 5)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로 사용한 양 등을 모두 합해서 기업이 사용한 전력량을 모두 채우면 100%라고 인정하는 방식이다. 즉 실제 물리적으로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한 것이 아니다. 1번을 제외한 2, 3, 4, 5번은 실제 용한 전력의 출처와 무관한 것이다. 실제 사용한 전력을 모두 재생전력으로 공급하려면 자체 공급만으로 충당하거나 전체 그리드를 재생전력으로 바꾸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 100%는 달성할 수없다. 만약 전체 전력 중 10%가 재생전력이라면 RE100은 10%만 가능하다. 즉 RE100을 달성했다는 기업이 있어도 실제로는 ‘RE100x0.1=RE10’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산업용 전력수요가 전체수요의 10%에 불과하다면 RE100을 모든 기업이 장부상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용 전력수요가 50%라면 재생전력이 50%에 이르지 않는다면 RE100은 장부상 기록으로도 달성 불가능하다. 실제 실시간 RE100 달성은 물론 더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구글은 RE100을 이미 달성했고, 그 너머로 진행

구글은 주로 재생에너지 인증서(REC)와 전력 구매 계약(PPA)을 구매해 2017년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는 1메가와트시(MWh)의 전기가 적격 재생에너지 자원(예: 풍력 또는 태양광)에서 생성돼 전력망에 공급됐다는 증거로 쓰인다. REC를 구매함으로써 회사는 전기 소비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장부상 총량차원에서 상쇄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한 것은 아니더라도 인증서 분량만큼은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것이다. PPA(전력 구매 계약)는 회사와 재생에너지 개발자 간의 계약으로, 회사는 개발자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일정량의전기를 일정 기간 고정가격으로 구매하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구글은 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그 소비량을 구매한 재생에너지와 총량 차원에서 일치시켰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구글은 100% 재생에너지, RE100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재생에너지 인증서와 전력 구매 계약을 통해 에너지 소비의 100%를 상쇄할 수 있었다. 이렇게 RE100을 달성한 구글이 RE100을 넘어서 CF100으로 이행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CF100 이니셔티브의 시작

2021년 9월 24일, 국가 및 정부 수반, 장관, UN 기관 및 국제 기구의 수장, CEO 및 기타 다중 이해 관계자 대표를 포함한 130명 이상의 글로벌 리더가 에너지 고위급 대화에 참여해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보편적인 에너지 접근 및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변혁적 행동과 대담한 투자가 골자였다. 대화의 주요 결과 중 하나는 2030년까지 보편적인 에너지 접근 및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는 SDG 7 행동 가속화를 위한 최초의 글로벌 로드맵이며, 여기에는 일련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이정표가 포함된다.

이러한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9월 22일과 23일 에너지 행동(Energy Action) 사전 행사에서 발표된 에너지 협약(Energy Compacts)의 형태로 정부와 민간 부문이 4,000억달러 이상의 새로운 재정지원 및 투자를 약속했다. 이 협약은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청정에너지를 제공하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UN 총회에서 40년만에 처음으로 에너지에 관한 지도자급 회의를 개최한 이 대화는 2030년까지 여전히 전기가 부족한 약 7억 6,000만명의 사람들과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2050년까지순 제로 배출량(Net Zero)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원에 국한하지 않고,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함하고 있어서 보다 현실적이며, 실시간 실제 사용하는 에너지를 무탄소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RE100보다 한 차원 높은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CF100을 달성하기 위한 원칙들

시간 일치 조달 : 시간당 전기 소비량을 무탄소 발전과 일치시킨다. 즉 지금 사용하는 전력이 무탄소 발전에서 온 것이라야한다. 시간별 매칭은 청정 에너지 구매를 기본 전력 소비와 연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지 조달 : 전력 소비가 발생하는 지역/지역 전력망에서 청정 에너지를 구매한다. 이것이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전기 관련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술 포괄성 : 무탄소 전기 시스템을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다. 모든 무탄소 에너지 기술은 이러한 미래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무탄소 에너지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모든 무탄소 에너지원이 포함된다.

차세대 지원 : 전기 시스템의 신속한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무탄소 전기를 추가로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시스템 영향 극대화: 발전 과정에서 가장 많은 화석 연료가 사용되는 가장 더러운전력 소비 시간을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CF100은 RE100과 어떻게 다른가?

시간 일치성 : RE100은 REC나 PPA를 통해 인증서와 전력을 조달하면 그 양을 사용한 양으로 간주해주는 반면, CF100은 실시간 사용한 전력이 무탄소에서 조달된 것이라야 하므로 CF100이 더 엄격하고 실제적이다. 물론 RE100에도 전력망에서 구매하는 전력과 납품받는 물건 생산에 사용된 전력까지 재생전력이어야 한다는 높은 단계의 기준도 있지만, 대부분이 간편한 REC 구매와 PPA로 RE100을 달성하고 있다. RE100은 시간 일치성이 없다는 점에서 CF100과 가장 다른 특성이 있다.

배타성 : RE100은 재생에너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배타적인 성격이지만, CF100은 무탄소 에너지라면 모든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기술 중립적이며, 포괄적이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적은자연환경과 대규모 저장기술이 없으므로 실시간 100% 재생에너지 공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만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결국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배타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무탄소 전원의 양대 축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에서 한 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RE100은 쉽다, 그러나 정말 어렵다

장부상 RE100 달성은 쉽다. 그러나 물리적인 RE100은 달성하기 불가능에 가깝다. RE100을 달성한 기업의 장부상에 기록된 재생에너지 사용량 중 자체 생산한 전력과 외부에서 구매한 전력중 실제로 물리적으로 재생에너지로부터 전송된 일부를 제외하면 REC와 PPA를 통해 조달한 것은 대부분 실제 사용과 무관한 장부상의 숫자일 뿐이다. 장부상에만 기재되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그 기업이 실제 배출한 이산화탄소 절감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 되겠다.

물론 전력망에서 들여온 전력이 실시간 모두 재생전력이고, 납품받는 물건 생산에도 재생전력만 사용되도록 한다면 달성하면 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리적 RE100을 달성하려면 태양광, 풍력이 인근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조달이 되고, 여분 혹은 부족분의 전력은 대규모로 저장해서 사용해야 한다. 대규모 태양광 풍력 입지와 산업체의 입지가 가까우면서, 대규모 저장을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장부상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RE100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장부상 RE100도 쉽지 않다. 장부에 올리려고 해도 싸야 올리기 쉬운데 싸지 않다. 현재 정산받아가는 단가도 2022년 기준 원자력이 kWh당 52원이었으며 재생에너지는 271원이었다. 그리고 균등화발전원가 또한 재생에너지는 원자력이나 화력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와 함께 총량도 많아야 하는데 자연 여건상 많지 않다.

Nature Communication에 실린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Geophysical constraintson the reliability of solar and wind power worldwide)’1)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안정성과 제약 측면에서 연구대상 42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1980~2018년까지 연구 대상 42국의 태양광·풍력 자원 데이터를 토대로, 각국의 전기 수요를 태양광·풍력으로 전량 감당한다는 조건으로 전력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72.2%로 꼴찌를 한 것이다. 1년 8,760시간 중 2,435시간, 즉 101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수요를 못 맞추고 공급이 안된다는 것이다. 즉 100일 넘게 정전이라는 것이다. 12시간 초 거대규모로 저장하는 경우에도 86%에 그쳐 총 정전시간 도합이 51일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전시간은 1시간은 커녕 10분도 안된다. 12시간 저장하는 배터리 가격은 수백조원 규모가 되어 불가능에 가까운 용량이다. 이런 투자를 하더라도 정전이 밥 먹듯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도저히 산업에서는 쓸 수 없는 전기가 된다. 당연히 기업의 RE100은불가능하다. 달성 못해도 문제고, 달성해도 더 큰 문제가 있다.

CF100은 어렵다. 그러나 쉽다

CF100은 실시간 사용되는 전력이 무탄소에서 실시간으로 공급돼야 하므로 장부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 이바지하는 방식이지만 그래서 매우 어렵다. 특히 간헐성을 가진 태양광과 풍력만 있는 곳이라면 실시간 모든 전력을 무탄소로 공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간헐성이 없는 원자력과 수력이 풍부한 환경이라면 달성이 오히려 쉽다. 실시간 원전과 수력발전에서 원하는 양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 달성이 쉽다. 프랑스의 경우 70% 정도의 원자력과 20%에 육박하는 수력 중심의 재생에너지가 있으므로 CF100 달성이 비교적 쉽다.

우리나라도 30%의 원자력과 10% 가까운 재생에너지를 합하면 40% 가까이 이미 무탄소로 공급하고 있으니 RE100보다는 CF100이 더 달성하기 쉽다. 우리에겐 어려운 숙제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더 쉬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력사용이 50%를 넘는다. 그렇다면 50%를 넘는 양의 재생에너지가 총량으로라도 공급이 돼야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유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간헐성 재생에너지만으로 50%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력발전이 많은 유럽의 국가나 미국의 특정 주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산업용 전력을 충당하는 것이가능할 수 있겠으나 수력과 같은 안정적 재생에너지가 거의 없는 국내 환경에서는 안정적 공급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해서 50% 넘게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제적 기업 중 공급망 회사에 RE100을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RE100을 다수의 대기업이 달성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현재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모두 한 기업이 사용했다고 인증을 해준다면 남는 양이 없을 정도이므로 모든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RE100을 요구하는 요구에 CF100을 달성해 RE100의 높은 단계까지 실질적으로 달성해버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원전 인근 산업단지에서 사용한 전력을 실사용으로 확인하고 인증해주는 제도만 갖춘다면 무탄소 전력사용인증은 명실(장부와 실제가)이 상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원전이 소재한 지역의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탄소배출 무역장벽 돌파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RE100이 전 지구적인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이니셔티브이므로 실질적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면 목적달성 차원에서 대안도 인정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인정받게 하는 것은우리의 숙제가 되겠다. 현재 진행 중인 UN 중심의 CF100 이니셔티브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무탄소 전원 인증체계를 마련해 국제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CF연합이 소통하며 기업 부담을 줄이고 편의성을 높이는 CFE 인증체계를 2024년 상반기 중 설계하는 게 목표다. 특히 RE100 등 관련 제도와 연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나라와도 공조해야 한다. 원자력이 청정기술이라는 논의는 유럽의회가 원자력을 청정으로 분류한 것을 참고할 때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안전성에 있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다를 바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태양광보다 적고 풍력과 대등한 수준이며,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처분한다면 완전한 격리가 가능하므로 원자력이 재생에너지 대비 건강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무탄소 원자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용핵연료 처분장 확보를 위한 입법과 행정절차를 속히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병(기후위기)이 아니라 잘못된 약(에너지 정책)으로 죽을 수 있다

1990년대 우리나라는 원자력 비중이 50%를 넘었던 적이 있다. 그때 비하면 현재 원자력과 재생을 모두 합해도 40%에 못 미치고 있어 청정전력 생산에 있어서는 지난 30년간 계속 퇴보해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원자력의 기여가 1990년대 못지않게 높아져야 24시간 실시간으로 청정전력을 산업과 가정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잘하고 싶어도 잘하지 못하는 원자력을 우리는 그동안 잘해왔다. 앞으로는 이자산을 100% 활용해야 우리의 경쟁력도 지키고, 기후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다. 원자력이 없는 상황이고, 당장 시작하기 어려운 처지라면 장부상 RE100을 달성한 이후 실시간성을 증대하기 위해 전력망 차원에서 이런저런노력을 추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원자력을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철저히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각한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지만 당장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아주 큰 위협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지금 당장 잘못 선택한다면 금세 우리의 존립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원자력을 포함하는 기술 중립적이면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CF100을 포기하고 무작정 재생에너지 일변도로만 나간다면 현재 한전이 안고 있는 적자를 더 심화시키고, 결국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을지, 유럽이나 미국이 경쟁력있을지 생각해보면 결론이 나온다.

병에는 제대로 된 약을 써야 낫는다. 병에 다른 약을 쓴다면 최선의 결과는 차도가 없는 것이고, 최악의 결과는 목숨을 잃는 것이다. 병을 그대로 두면 죽겠지만, 병이 우리를 죽이기 이전에 잘못된 약으로 먼저 죽을 수 있다. 기후변화라는 병에 RE100만을 약으로 고집하고 기타 무탄소 에너지를 배격한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로 죽기 전에 약에 해당하는 RE100 때문에 죽을 수 있다. 모든 무탄소 청정에너지를 포괄하면서 매분 매초 청정에너지를 실시간 사용하는 CF100도 추구해야 한다. 이것 역시 쉽지는 않지만 죽지 않을 약이고 효과가 있을 약이다. 병에 들을 약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듣지 않을 약만 고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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